난사 사건에 사용된 엽총 ‘유해조수 포획용’으로 드러나..사건 계기로 유해조수포획 총기 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 21일 봉화 총기 사건을 계기로 국내 총기 제도의 허점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총기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방치할 경우 자칫 또 다른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피의자가 총기 난사 사건에 사용한 엽총은 농가들이 유해조수를 포획하는 용도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유해조수포획용’이라는 것도 쟁점이 되면서 앞으로도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등 총기가 악용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총기 제도를 보완해야 할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평화로운 마을에 찾아온 ‘악몽’..경찰도 범행 대상으로 노린 범인

봉화 엽총 사건은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연일 화제선상에 오르며 이목을 끌고 있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9시 15분께 봉화 소천면사무소에 방문한 김모(77)씨가 직원들과 민원인들을 향해 엽총을 난사했다.

사건으로 인해 면사무소직원인 민원행정 6급 손모(47)씨와 8급 이모(38)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목숨을 잃게 됐다.

봉화 엽총 사건을 일으킨 김씨는 경찰도 범행 대상으로 노린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론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면사무소 총기 난사에 앞서 주민 임모(48)씨를 상대로 1차 총기 범행을 저지른 뒤, 차를 타고 3.8KM가량 떨어진 소천면사무소에 도착하기 전 소천파출소 주변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씨는 면사무소에 들어가 엽총을 쏴 2차 범행을 저질렀고 결국 손씨와 이씨가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수년 전 귀농한 김 씨는 상수도 사용 문제로 이웃과 마찰을 빚어 왔고, 면사무소에 자주 민원을 제기해 왔다.

4가구가 간이상수도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되자 갈등이 심해진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김 씨는 1차 범행에서 엽총 3~4발을, 2차 범행에서 4발을 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 도마위에 오른 ‘유해조수포획’ 총기사용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해조수포획 총기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정확히 피의자 김 씨가 총기 난사 사건에 사용한 엽총이 ‘유해조수 포획용’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내 유해조수가 늘어나면서 농가를 대상으로 총기 사용 허가를 내 주는 경우가 많고 이 같은 총기 사용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 인명 살상용도로 악용될 우려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총기사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에 따르면 2014년~2015년 19건의 총기사고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오발이 아닌 고의로 피해자에게 총기를 겨눈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총기를 획득하게 되는 경로인 ‘유해조수 퇴치’ 총기 사용허가가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엽총, 공기총은 유해조수구제용으로 사용돼 주로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맷돼지, 고라니 등을 사살하는 데 사용되지만, 문제는 유해조수구제용 총의 용도가 악용된 사건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남 합천에서는 아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인 40대 남성이 유해조수포획단으로 활동하면서 쉽게 엽총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06년에는 40대 남성이 유해조수구제용으로 출고된 엽총으로 연인을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일반 농민일 경우 ‘야생조수포획’이라는 목적만으로 쉽게 총을 획득할 수 있다.경찰도 자치단체 허가증만 제시하면 별다른 제재 없이 총기를 쉽게 허가해줌으로써 총기 사용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데서 전문가들은 제도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총기가 악용될 우려를 불식할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총기를 소지한 사람은 제시된 허가 구역을 벗어날 경우에도 쉽게 동선이 파악이 되지 않는 데다, 총기 위치추적장치인 GPS 제도 등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 총기 소지 관련 법 개정 목소리 높아지는 상황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78세 이상이 되면 총기를 소지하지 못하게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고 주장하는 등 총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는 다양한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청원 제목 “75세 이상 되면 총기 못 가지게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글에 따르면 “오늘 21일 78세 노인이 면사무소에 와서 총을 쏴서 면사무소 직원이 사망하고 다른 사람을 상처를 입었다”며 “파출소에서 보관한 총을 가져와서 사망사건이 생겼는데 나이가 든 사람들은 총을 소지하지 못하게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총기 제도의 시정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반인 총기 규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글과 총기 관련 법 개정 및 규제를 요구하는 다양한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총기 관련 현행법상 전문의 판단에 의해 치매, 정신분열병 등 질환을 판정받은 사람의 경우 총기소지를 할 수 없다.

하지만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총기소지허가증을 발급받은 사람이 후에 정신질환을 앓거나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여론이 총기 관련 법 개정과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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