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28일(현지시간) 말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나온 발언이어서 북미 관계가 다시 냉전 상태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은 선(先) 종전선언을, 미국은 선(先)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서로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비핵화의 길은 요원하기만 한걸까.

◆ 매티스 미 국방장관, 한미연합훈련 재개 밝혀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잠시 중단한 상태였다. 그런데 매티스 장관이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언급한 것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원만하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한미연합훈련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28일(현지시간) 말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나온 발언이어서 북미 관계가 다시 냉전 상태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은 선(先) 종전선언을, 미국은 선(先)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서로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비핵화의 길은 요원하기만 한걸까.<그래픽_황성환, 진우현 그래픽 담당>

지난 23일 폼페이오는 기자회견을 열고 “26일 방북한다”고 직접 밝혔으나 그 다음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유로 북한의 비핵화가 지지부진하고, 미·중 간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의 결정적인 이유는 북한에서 온 한 통의 비밀 편지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전문 컬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27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방북 취소 관련 트위터를 올리기 직전인 지난 24일 오전,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비밀 편지를 받은 사실을 2명의 행정부 고위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다. 로긴은 “서신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취소를 결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적대적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북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확신을 했고, 방북 취소를 전격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 남북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의 방북 취소 결정에 대해 우리나라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은 북한과 미국이 각각 종전선언 채택과 비핵화 리스트 제출을 상대가 먼저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 맞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8일 “북미 양측의 대화 의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협상이 다시 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밝혀졌듯이 북미 정상간 비핵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과거와는 크게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중요하고 어려운 과정을 두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진통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은 재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에 대한 근거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정의용 실장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거의 매일 통화하고 있고, 최근에도 일주일에 3번씩 실시간 통화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다시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북미 관계에 따라 남북 관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8월 13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는 9월에 3차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리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 3차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우선 걸린다. 이에 정의용 실장은 “9월 중 평양에서 하기로 했다. 그런 약속들이 이행될 것으로 본다”고 재차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고 하더라도 북·미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는 진전된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북·미와 남북문제는 다 연관돼 있다, 북·미간 성과가 없고 재재압박이 이어져 북한도 남북문제만 앞서 나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에 원만한 ‘비핵화’ 협상이 이뤄져야 남북 경협 등과 관련한 사안들을 진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해법은?

북한은 선 종전선언, 미국은 선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풀어가기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WP는 이에 대해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와 미국의 한국전쟁 종전선언 참여를 맞교환해 북한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WP는 북·미간의 이러한 교착 상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조급하고 엉성한 외교에서 시작됐다”며 충분한 준비없이 실행에 옮기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을 비판했다. 또한 북한의 핵 위협이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만 믿고 대북 경제지원을 하려던 한국도 비판하고 나섰다.

한반도의 휴전상태가 60년 이상 이어져 온 것을 생각하면 WP의 보도가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인다. 휴전되어 왔던 세월만큼이나 신중한 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다. 만일 중간 선거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접근이었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처음부터 재점검해보고 새로운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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