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폭언 갑질’ 파문에 대한 입장문을 내며 ‘경영 일선 사퇴’를 전했다.

지난 27일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윤재승 회장의 폭언 갑질이 제약 업계 내 업황을 쥐고 흔들 정도의 쇼크로 번지자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는 경영 일선 사퇴 행보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윤재승 회장의 퇴장 행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하고 따갑기만 하다. 늘 그래왔듯 재벌가들의 갑질 이후 연장선상은 마치 공식과도 같이 ‘경영 퇴진’으로 이어져 왔고, 노골적인 폭언을 구사한 윤 회장의 갑질 수위에 비례할 수 있는 ‘진정성’이 배제됐다는 것에서다.

▲ 제약 업계 내에서도 윤 회장의 갑질 논란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인 가운데, 실질적으로 윤 회장의 퇴진 행보는 마치 계획된 것처럼 일사분란한 ‘갑질 가리기’ 용도에 불과하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윤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겠단 감정을 실으면서도, 구체적인 퇴진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전문경영인 출신인 두 공동대표 체제 하에 기업이 운영될 것이란 말미만 남겼을 뿐이다. 

제약 업계 내에서도 윤 회장의 갑질 논란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인 가운데, 실질적으로 윤 회장의 퇴진 행보는 마치 계획된 것처럼 일사분란한 ‘갑질 가리기’ 용도에 불과하단 지적도 잇따른다.

대웅제약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전문경영인 출신 전승호, 윤재춘 공동대표가 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의 경우 이사회 의장과 대웅제약 지주회사인 ‘대웅’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기에 일각에선 대웅제약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윤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지난 7월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갑질 가리기 용도로 ‘경영 일선 사퇴’ 카드를 내민 것처럼 윤 회장의 행보도 그와 다를 바 없이 ‘갑질 이후 행보’라고 쓰인 정해진 답안지를 그대로 실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데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갑질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 마치 운명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다. 윤 회장의 갑질 논란은 제약 업계 내 업황을 휘청이게 할 독이 돼 곳곳에 퍼지고 있다.

대웅제약의 시가총액은 지난 24일 2조3057억원에서 폭언 논란 이후 27일 오후에는 약 750억원 하락한 2조 2304억원에 그쳤다.

앞으로의 매출 하락세에도 우려를 두는 것은 물론 그동안 국민들의 굳건한 매출력을 이어온 대웅제약의 효자 제품인 ‘우루사’, ‘임팩타민’ 등이 탄탄히 쌓아온 이미지 손실까지 예측하는 업계 내 의견도 다분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재벌가들의 갑질과 그 이후 고해성사를 지겨울 정도로 봐왔기에 갑질 처단에 대한 기류가 더욱 강력해진 상황으로, 피해 개선 의지와 갑질 처단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는 진정성이 배제된 행보에는 불매를 무기로 갑질에 상응할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그간 수평적 조직문화와 자유로운 소통 경영을 기업 역량으로 강조해왔다.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제약이란 믿음을 가진 국민들은 건강 보전을 위해 대웅제약에 탄탄한 매출력을 이어왔지만, 윤 회장의 갑질은 소비자들에게 홧병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되려 ‘또 다른 약값’의 지출을 늘리는 상황을 만든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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