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기획_솟아라 우리산업] 최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이 성과는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의 대기업 위주로 한정된다. 국내 중소 팹리스 기업들의 2018년 2분기 영업 실적을 보면 코스닥 상장 16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앞서 언급한 국내 파운드리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의 노후화된 생산 시설을 한국 팹리스 기업들에게 파운드리 시설로 제공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 팹리스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하드웨어 소자의 설계와 판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일컫는 말로, 종합반도체기업(IDM)과 달리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반대로 팹리스에서 주문과 설계 데이터를 받아 반도체 칩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라고 한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은 한국 팹리스 기업들도 잠재적 경쟁 상대이므로 경쟁 상대의 경쟁력을 높여줄 이익이 없고, 현재 메모리 분야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이기 때문에 자신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도 벅차다는 이유로 이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분명 삼성전자, SK 하이닉스가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자사의 자산을 경쟁 기업인 한국 팹리스에 제공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 시장 경쟁 체제에서 무리한 요구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국 팹리스 생태계가 자력으로는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정부가 대기업의 생산 시설을 파운드리로 제공하는 것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하여도 다른 방안으로 반도체 산업 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 팹리스 생태계에 정책적 역량을 투입할 필요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의 주력 상품과 겹치지 않는 저가 메모리를 위탁생산할 수 있는 국내 파운드리 기업을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팹리스가 대부분 중소기업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금융 지원과 기술 개발 자금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팹리스 생태계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고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 기술력 확보를 꾀하고 있는 중국, 대만 등 경쟁 국가들에 관련 기술 인력들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적 역량 투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