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아이 약 안 쓰고 키우기’라는 안아키 사건은 다른 아이들과는 특별하게 키우려는 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아이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남기게 한다는 시대적 격언이 정답처럼 들어설 수 있게 했다.

“약을 전혀 안 쓰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기묘한 말에 선동돼 부모들은 인터넷 카페에 공유되는 극단적 자연치유 요법을 아이에게 자행해 나갔고, 누가 봐도 학대로 보기 그지없는 행각 뒤엔 고발이 뒤따라 카페 운영자는 법의 심판을 받기까지에 이르게 됐다.

▲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아이 약 안 쓰고 키우기’라는 안아키 사건은 다른 아이들과는 특별하게 키우려는 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아이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남기게 한다는 시대적 격언이 정답처럼 들어설 수 있게 했다.<그래픽 황성환 그래픽 담당>

하지만 어째선지 카페 운영자에겐 결국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인 실형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성황리에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한숨과 탄식이 절로 새어나오는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사건의 논란이 고조되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A씨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뒤 윤리위원회에 회부, 회원자격을 박탈해 안아키 카페에서의 주장이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아동학대 논란으로 사태가 커지면서 안아키 카페 회원들은 심각성을 나무라는 사회적 태세에 자취를 감추듯 했지만, 여전한 맹신을 통해 아이들을 고통의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실제 카페에서는 백신접종과 병원진료 등 모든 양의학을 철저히 배제했고, 심지어 화학물질이 들어가 있단 이유만으로 로션사용까지 금지하면서까지 극단주의적 자연치료를 행해왔다.

카페 회원은 6만 명에 달하면서 안아키 방식을 맹신한 일부 회원들의 아이에겐 당연히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가 생겼다.

하지만 이런 사례조차 그들에겐 단순한 오차로 보였는지, 깊은 맹신 속에 “양의학계는 비과학적이다”는 이론적 비판을 도모하는 이들까지 속속 나오는 상황까지 벌어져 양의학계와 한의학계에 불똥이 튈 우려도 번졌지만, 사법당국이 재깍 손을 쓰면서 의학적 논란은 정리된다.

분명 요즘 부모들의 마음에서 나올 터인 ‘면역력 키우기’, '내 아이 강하게 키우기‘에 대한 안아키의 신조는 이해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의학에 대한 정보의 범람과 비대칭성, 의료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겹겹이 쌓여 크고 작은 의료 사고에 노출된 경험이 다분한 어른이 부모가 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칭 ‘자연요법’에 이끌려 양의학에 대한 불신과 의료계가 그간 쌓아온 기능의학적인 역량까지 배제하는 것은 크나큰 위험을 자행하는 것밖에 되질 않는다.

언론에 밝혀진 안아키 카페에 올라온 대다수 자연요법 게시글은 “해열제 안 먹이기”, “소금물 관장하기”등 누가 보아도 과학적 검증을 거쳐진 안전한 요법이라 볼 수 없는 글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안아키 회원들은 양의학을 불신한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험 소지가 다분한 ‘의학적 실험’의 피험자로 몰아세우게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A씨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안아키 회원들에게 “의학적 근거 없는 맹신을 멈춰달라”는 신신당부를 했지만, 통할 리가 없이 자연치료법에 대한 회원들의 맹신은 안아키의 부활 주문을 외고 있는 형국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양의학이 이뤄놓은 과학적 검증과 수많은 치료법을 도외시하는 건 부모 본인 몫일 순 있다.

하지만 유아기를 지나면 얼마든 자신의 존엄을 인지할 수 있는 아이들이 부모 욕심 끝에 피험자가 되는 사안은 심히 개탄스러운 일이라는 점에서라도, 부모의 허울 좋은 명분이 아이를 고통에 몰아넣게 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