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동민 기자] 최근 불거진 가산 싱크홀 사고의 원인으로 일선 행정기관의 안전불감증에 따른 관리·감독 책임이 지적되면서 우리 사회에 누적되고 있는 위험의 체질화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일어난 서울 금천구 싱크홀 사태는 아파트 건너편 공사장과 일방통행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사각형 규모로 발생했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이번 싱크홀은 최근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싱크홀 사태에 견주어도 대형 규모에 가깝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거대한 공포와 불안을 안기고 있다.

소방당국은 싱크홀 사태 원인으로 ‘많은 비로 인한 지반 침식’을 꼽고 있다. 사고 전인 27일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148.5mm의 많은 비가 사고 현장에 집중됐다는 점에서다.

물론 천재지변에 준할 만큼의 불가항력적인 이상 강우는 아닐지라도, 강우의 경우 뼈대를 완벽히 갖추지 않은 공사현장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소방당국의 입장도 설득력을 띈 얘기가 된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 ‘자택 복귀’ 판정을 받았음에도 복귀를 거부하고, 밤낮 없는 농성을 벌이며 안전에 대한 보다 확실한 대책을 외치고 나선 것이다.

주민들이 외치는 일관된 주장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강우는 싱크홀 사태의 면책을 띌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주민들은 사고가 발생하기 9일 전 아파트 주차장 단지 바닥 균열과 이상징후에 대한 민원을 구청에 제기했으나 구청은 이에 대한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사태를 미리 인식해 넉달 전부터 민원을 접수했음에도 싱크홀 사고 발생 전날까지도 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해 사태를 불렀다.

결국 주민들의 안전과 공사 현장 관리 감독을 관할하는 구청의 관리감독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을 물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실제 금천구는 공사현장에 대해 자체적인 수시 점검까지 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폭우 직후 지반이 붕괴되면서 부실 점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 토요일인 1일에는 가산동 공사현장 일대 도로에서 지반 침하 이상 징후가 보인다는 새로운 발표도 나타나면서 일대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격이다.

주민들의 안전관리와 공사현장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일선 행정기관의 안전불감증은 주민들에게 위험의 체질화를 전파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닐까 우려가 이어진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이어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건까지 모든 참극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야기된 바다.

연이은 대형사고 영향으로 전국 지자체 행정기관은 안전에 관한 제도를 정비했고 중앙정부의 법제 또한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기관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는 반복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목소리가 솟구친다고 해서, ‘나중에 보면 그만’이거나 ‘지나고 나면 그만’이라는 탁상행정식 사고는 위험의 불씨를 지필 주문을 외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민 안전을 보호 할 책임을 쥐고 있는 일선 행정기관은 안전불감증 뒤에 따라올 피해의 심각성 측면에서 볼 때라도 무능한 대응과 기강을 바로 잡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주민 안전에 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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