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 환자 접촉자 20명 자택 격리 중..정부 위기경보 수준 관심→주의 격상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 2015년 38명이 숨지면서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확산 사태 이후 3년 만에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밀접접촉자는 20명으로 밝혀졌고 자택 격리 중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확진 환자가 입국 당시 인천공항 검역대를 그대로 통과해 이동했다는 점에서 또 다시 메르스 사태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국내에서 990일 만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환자의 이동경로에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년 전 메르스 확산 사태 당시 환자 이동경로를 세밀히 파악하지 못해 메르스가 크게 확산됐던 공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뉴스워커_황성환 그래픽 담당>

이에 감염병 관리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위기평가회의 개최를 통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즉각 격상했고, 확진 환자 및 접촉자 관리 강화를 통해 메르스 확산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 “메르스 비상 재발할까” 우려 속에..메르스 확진환자 이동경로에 촉각 곤두서

국내에서 990일 만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환자의 이동경로에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년 전 메르스 확산 사태 당시 환자 이동경로를 세밀히 파악하지 못해 메르스가 크게 확산됐던 공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61세 남성 A씨는 7일 오후 4시 51분 두바이에서 출발한 아랍에미레이트항공(EK322편)을 통해 국내 입국했다.

쿠웨이트에서 출장을 다녀온 A씨는 쿠웨이트에서 두바이로는 EK860항공편을 이용했다.

인천공항에 입국한 A씨는 검역관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했다.

검역법에 따르면 중동지역을 방문하고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귀국할 때 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A씨는 개인정보와 최근 21일 동안의 방문국가 및 질병 증상을 기록하는 질문서를 제출하면서 “설사는 10일 전에 있었으나 현재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신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고막체온계로 A씨를 측정했을 때 체온이 36.3도로 정상인 점, 기침과 가래 등 메르스 관련 호흡기 증상이 보이지 않자 A시를 검역대에서 통과시켰다.

A씨는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비행기에서 내려 휠체어를 타고 입국장으로 향했으나 검역에서는 특별한 사항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귀가 후 발열 등의 메르스 증상이 발생할 경우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9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메르스 예방관리 리플릿을 전달하는 선으로 검역 체계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A씨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된 것은 당일 오후 9시 34분 공항에서 벗어나 겨우 4시간 정도가 지난 후였다.

A씨는 설사 등 장 관계 증상 진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유선 연락한 뒤 해당병원을 내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는 A씨와의 사전 통화를 통해 중동방문력을 확인해 처음부터 별도의 격리실로 안내해 진료했다.

이후 발열과 가래 및 폐렴 증상 확인 후 메르스 의심환자로 A씨를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 메르스 밀접 접촉자 20명..검역 소홀 가능성 제기돼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지만 관계당국의 메르스 검역 체계가 허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인천공항 검역단계에서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입국장을 통과한 점, 별다른 조치 없이 공항을 떠난 환자가 4시간 만에 민간병원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된 점 등에서 세밀한 관찰 없이 검역이 소홀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주된 증상의 경우 발열을 동반한 기침, 호흡곤란, 숨가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주로 보이며 그 이외에도 두통, 오한, 콧물, 근육통뿐만 아니라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확진환자가 보인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은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지만 검역 당국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확진환자는 쿠웨이트 방문 기간인 지난 8월 28일 설사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한 이력이 존재한다.

메르스는 중동 지역의 낙타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고 사람 간 밀접접촉에 의한 전파가 가능하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관계당국이 2015년 메르스 사태 후속조치로 감염병 관리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해 방역체계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메르스 확진환자 의심 증상을 간과했다는 사안이 검역 체계 허점이 돼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보건당국은 2015년 5월 20일 최초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17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메르스 확진환자가 집중 발생한 병원을 공개했고 마스크 사용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3년이 지난 후인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 사태에서는 공항 검역단계에서 확진환자를 놓치면서 밀접접촉자 범위는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항공시 승무원, 의료진, 택시기사, 가족 등 20명으로 늘어났다.

◆ 정부, “추가 밀접 접촉자 발생 가능성 사실상 無”..확산 방지에 적극 대응

확진환자 발생 이후 20명의 밀접접촉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팽배해진 가운데, 정부는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진자의 공항 이동경로를 CCTV로 파악한 만큼 추가 밀접 접촉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확진 환자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의 2층으로 공간이 분리된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했고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바로 직행한 만큼 더이상 추가 밀접 접촉자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박 장관은 “의료진이 매뉴얼에 따라 충실히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되 과도하게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일상 접촉자로 분류된 439명에 대해서는 발병여부 확인 조치를 취하도록 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관계당국은 내국인의 경우 지자체와 보건소 등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외국인 입국자는 검역 당시 기록해 제출한 국내 체류지 및 연락처 등을 확인해 시·도에 통보해 메르스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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