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기념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유화적인 대미 관계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통해 미국이 종선선언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논의 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멈췄던 북미 협상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북한은 9일 오전 10쯤부터 두 시간여 동안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ICBM급 미사일이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2월 건군절 열병식 때는 화성-14형 등이 등장한 바 있다.

▲ 북한의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기념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유화적인 대미 관계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통해 미국이 종선선언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논의 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멈췄던 북미 협상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ICBM급 미사일은 사거리가 1만km 이상 되기 때문에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다는 위협의 이미지를 주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열병식에서 미사일은 내보이지 않은 것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유화적인 메시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과 정부 역시 이날 북한의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을 두고 교착상태인 북미 관계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층 부드러워 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연합뉴스>에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과 향후 북미 고위급회담에서의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타협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만약 북한이 오늘 열병식에 다시 ICBM을 가지고 나왔다면 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제기됐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에 ICBM을 가지고 나오지 않음으로써 향후 남북 및 북미협상에서 북한의 ICBM 폐기 및 해외 반출 문제가 우선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 北 ‘유화적 태도’에 백악관 표정도 ‘맑음’

북한의 유화적인 태도에 백악관도 밝은 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열병식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열병식의 주제는 평화와 경제발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열병식에는 언제나 나왔던 핵미사일은 없다”며 “북한의 크고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고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폭스뉴스의 기사에 링크를 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며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소중한 일은 없다. 내가 집권하기 전보다 (북한과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 정치’ 역시 어려운 관계 상황 타개에 윤활유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고비 때마다 등장한 친서는 협상 재개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친서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재개 요청 가능성과 비핵화에 대한 신고 리스트 제출 의사 등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박지원 “친서, 과거 회담 땐 없어…김정은의 각서인 셈”

대북전문가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0일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과는 친서 교환이 없었다. 그런데 남북이나 북미, 또 시진핑 주석도 친서를 보내는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이 구두는 물론 서면으로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자기가 보장하는 내용이기에 각서다 이렇게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가장 바람직한 것은 폼페이오 방북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권유해서 또 미국이 받아들여서 김정은 위원장의 UN총회 연설, 북미정상회담 거기에서 핵리스트를 제출하면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들이 종전선언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면서 “지금 여러 일정이 촉박하다 하지만 그 내용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정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폼페이오 방북하고 문 대통령 남북정상회담을 하면 바로 UN에 갈 수 있지 않느냐”며 “또 UN총회는 10월초까지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수레바퀴가 다시 굴러가면서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친서의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측 특사단에 언급했던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방안을 실질적으로 담았다면 북미 대화가 진척이 있겠지만 미사일 실험장 폐기만 강조했다면 또 다시 대화 국면이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언급하면서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부분을 볼 때 다수의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관망하는 등 북미의 후속 협상 여부에 이목이 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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