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아연 기자_워싱턴] 시장의 흐름을 놓친 LG디스플레이가 중국기업에게 주도권을 뺏겼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 봄, 기업의 주요 제조 공장에서 1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바 있다. 고글을 착용한 한 부회장은 망치를 들고 폐 LCD 모듈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한 부회장의 상징적인 퍼포먼스는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라며 “수년간 기업의 주류를 이뤘던 LCD패널은 산업쓰레기통으로 강등됐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또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끔찍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 시장의 흐름을 놓친 LG디스플레이가 중국기업에게 주도권을 뺏겼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 봄, 기업의 주요 제조 공장에서 1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바 있다. 고글을 착용한 한 부회장은 망치를 들고 폐 LCD 모듈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 오차에 오산…LG디스플레이의 방심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시장의 흐름을 잘 못 읽은 LG디스플레이가 LCD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LCD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LCD스크린 가격 급락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이에 지난해 눈에 띠게 성장한 기업이윤은 올해 커다란 손실로 바뀌었다.

이를 의식한 듯, LG디스플레이는 갑자기 올 7월 2020년까지 계획한 27억 달러의 자본 지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번 위기는 엄청난 자본 투자가 필요한 치열한 기술 사업에 내재된 위험을 시사하고 있는 확실한 예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LCD 산업에 가장 오산을 한 것이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통신은 익명의 LG디스플레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며 “기업은 지난해 LCD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측했지만, 하락폭은 예측보다 크고 빨랐다”고 전했다.

이후 소비자들은 가격인하를 요구했지만, LG디스플레이는 그 시기를 너무 늦게 잡으며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의 위기는 어려 면에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에 따르면, 주력 제품인 TV, 컴퓨터, 스마트폰용 LCD스크린에서 이익을 챙긴 기업의 리더십에 힘입어, 직원들에게 보너스와 특전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기업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최초의 일’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애플에게서 LCD스크린 주문을 받아 5년 연속 매출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OLED)디스플레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LCD스크린과는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올레드 디스플레이는 자연스러운 색상을 제공한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은 매우 비싸다는데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 대부분은 LCD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가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8개의 LCD 생산 라인을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BOE 테크놀로지그룹(BOE Technology Group)이 이끄는 중국 기업들은 LCD 생산에 막대한 액수를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은 “비오테크놀로지는 2017년 1월까지 9인치 이상 LCD 시장의 1위 공급업체가 됐다”며 “중국 디스플레이 메이커가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3개의 LCD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새로운 LCD 생산라인을 포기하는 등 LCD 생산능력을 자체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 만만치 않은 ‘올레드’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올레드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 향후 3년간 올레드에 176억 달러를 투자 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올레드 기술이 2020년까지 매출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레드 기술이 보편화되면, LG디스플레이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은 사실상 LG전자가 하이엔드 TV에서 주도권을 잡도록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통신은 “기업의 미래는 새로운 기술, 유기 발광 다이오드 또는 올레드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많다”며 “그러나 올레드 시장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올레드 시장에 투자를 해왔으며, 중국기업인 BOE 역시 올레드에 뛰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올레드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가능성은 유망하다”고 최근 성명서를 통해 자평했다.

올레드가 LCD에서 위기를 맞은 LG디스플레이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향후 행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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