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작가 ‘82년생 김지영’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 소식에 성 갈등 싸움 격화돼..주인공 역 배우 정유미 SNS에서 페미니즘 논쟁 가열되기도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페미니즘 소설의 대표주자로 주목 받았던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소설은 한국 여성들의 시대상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소설인 만큼 많은 기대와 지지를 보내는 의견들이 있는 한편, 성 갈등을 조장한다는 불편한 시각들이 맞부딪혀 대립각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여론의 대결 구도는 원작 소설 내용과는 관계없이 과도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어 영화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거나 영화 주연 역을 맡는 배우 정유미 씨 SNS는 페미니즘 논쟁의 장이 됐다.

▲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은 한국 여성들의 시대상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소설인 만큼 많은 기대와 지지를 보내는 의견들이 있는 한편, 성 갈등을 조장한다는 불편한 시각들이 맞부딪혀 대립각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페미니즘 논쟁 중심에 선 ‘82년생 김지영’... 어떤 작품인가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민음사)는 페미니즘 소설로 수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선사한 작품이다.

평범한 30대 주부 김지영씨가 ‘여성’ 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일상 속에서 겪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촘촘하게 담아냈다.

인터넷 교보문고가 제공한 줄거리를 인용하면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의 대결 구도를 불러일으키는 데 한 몫을 거든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다.

2016년 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부흥하자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이어졌다.

이 책은 페미니즘과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소설이라는 평가도 받았기에 “과도한 성 차별을 양상한다”, “남자를 가해자 취급한다”는 논리를 갖춘 20~30대 남성들이 주도한 '백래시(backlash·반격)‘이 이뤄지기도 했다.

해당 책은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남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해 더욱 화제가 됐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도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유명세를 더했다.

지난 3월에는 걸그룹 레드벨벳 아이린이 이 책을 읽었다고 밝힌 뒤 일부 남성팬들 사이에서 책 내용과 관계없는 무차별적 비난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영화 개봉 소식에 ‘평점 테러’.. 주연 배우 SNS는 페미니즘 논쟁의 장 되기도

페미니즘 소설의 대표주자 격인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네티즌 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영화제작사 봄바람영화사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과 더불어 주인공 역에 배우 정유미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소식이 대중들에게 전해진 직후부터 남녀 간 대립과 페미니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반(反)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은 ‘82년생 김지영’ 영화페이지에 접속해 가장 낮은 평점인 1점을 매기거나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

개봉 전 기대지수에는 ‘글쎄요’ 버튼을 누르는 등 소위 ‘평점 테러’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가장 높은 평점인 10점, 기대지수 ‘보고싶어요’를 누르며 맞불을 놨다.

13일 오후 6시 기준 네티즌 평점은 5.08점, 기대지수는 2,179, 글쎄요 지수는 2,674점으로 팽팽히 맞섰다.

영화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심심해서 써본 82년생 김철수”라며 “여성들이 차별을 받는 만큼 남성들도 차별을 많이 받아왔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지들 불리한 애기만 쓰고 어이가 없네”, “과대포장한 사례들로 만든 소설을 영화로 만들다니 안타깝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반면 “조금이나마 개선되리라 믿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네티즌은 “여성인권의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런류 영화가 많이 나와 준다면 모두에게 유익할 영화”라며 “이젠 페미니즘을 응원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고, 그 외에도 영화에 관한 지지와 기대를 모으는 의견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설 내용과는 관계없이 극단적인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82년생 김지영’ 주연 배우 역을 맡은 배우 정유미 씨 SNS는 수많은 악성 댓글과 함께 페미니즘 논쟁의 장이 된 상황이다.

SNS에는 “그렇게 안 봤는데 페미니즘 영화라니 실망이다”, “메갈(페미니즘을 표방한 과거 ‘메갈리안’ 갤러리)이었네요” 등 감정적인 내용의 댓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반면 “정 배우님 응원합니다”, “소설도 안 읽고 무조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네. 읽고 비난하는 건지?”, “페미니즘 영화 찍는다고 페미니즘 선언한 것도 아닌데 호들갑은” 등의 댓글들도 맞불성격으로 포착되고 있다.

◆ “영화화 막아달라”..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성별간 대립 평행선 달릴 전망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반대한다며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판이 올라왔다.

자신을 19살이 되는 남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의 문학성은 논할 바가 아니라고 본다”라며 “소설이 담고 있는 특정 성별과 사회적 위치에서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에 대한 가치관은 보편화되서는 안되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시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스크린에 올린다는 건 분명 현재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인 성평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갈등을 조장하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회학 전문가는 “‘82년생 김지영’은 사회에 특별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페미니즘과 여성주의를 표방한 시각에서 쓰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영화화 소식으로 인해 페미니즘 논쟁과 성별 간 대립각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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