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최근 유령수술, 마취환자 성희롱 사건 등 환자들 사이에서 수술실 내 의료 불신이 팽배해지자 ‘수술실 내 CCTV 의무화’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환자 인권과 생명 보호를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의료단체 등은 대리수술 등 폐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방안과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반대에 나서고 있다.

▲ 최근 유령수술, 마취환자 성희롱 사건 등 환자들 사이에서 수술실 내 의료 불신이 팽배해지자 ‘수술실 내 CCTV 의무화’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 환자 위협하는 대리수술, 성희롱 사건 등 연이은 수술실 내 사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리수술과 환자에게 수치심을 조장하는 성희롱 사건 등 연이은 수술실 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여학생이 뇌사상태에 빠진 원인으로 ‘대리수술’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지만 최근까지도 대리수술 뿐만 아닌 마취환자 성희롱, 인증사진 등 수술실 내 허술한 의료체계와 비윤리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20대 대학생이 코 수술을 받다 뇌사 상태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마취 상태에서 혈압이 떨어져 심장이 멈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과정에서 당시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어떻게 했는지 수술실 CCTV에 담겨 논란이 일었다.
유가족은 매체를 통해 “코 수술하는 의사는 팔짱 끼고 그냥 서 있고, 마취 의사는 한 손으로...간호사들은 자기들끼리 막 웃고, 죽어가는 짐승한테도 그렇게는 안 할 거예요”라며 분개했다.

병원 측은 의료진 과실 여부는 경찰 조사 중으로, 당시 응급조치가 적절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비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에는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음식을 먹거나 가슴 보형물을 들고 장난치는 사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당시 병원 측은 “환자가 수술 뒤 회복 중인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기증받은 해부용 시체(카데바)를 두고 의사들이 SNS에 인증사진을 게재하는 등 비윤리적인 태도를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주장.. “환자 인권과 생명 보호해야”

비슷한 수술실 내 사건이 계속되자 소비자와 환자단체 측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뿐만 아닌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 면허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등 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 및 환자단체 등은 수술실 내부에 CCTV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술실은 철저히 외부와 단절돼 있고 마취 등으로 인해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고 있고 마취 등으로 인해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되고 있어 내부 제보나 CCTV 판독 없이는 의료진이 대리수술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소비자·환자단체는 지난 10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유령수술은 의사 면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신종 사기이자 의료행위를 가장한 상해 행위”라며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유령수술의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간호조무사에게 대리 수술을 시키거나 의사 면허가 없는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에 수술을 맡기는 부적절한 행위가 암암리에 반복되고 있다며 “유령 수술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대한한의사협회도 환자의 소중한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신속한 법제화를 촉구했다.

◆ “CCTV 설치, 의료진, 환자 프라이버시 침해”..근본 대책이 우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뿐만 아니라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의 면허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등 법안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의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이나 환자 요청이 있을 경우 수술실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의료계 입장은 의료진과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유령수술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인터뷰를 통해 “환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CCTV 설치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들의 일터인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할 경우 의료진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높고 모든 수술 장면을 녹화할 경우 수술 부위가 노출될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 또한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불어 하루에 약 1만 건 이상 이뤄지는 모든 수술을 녹화해 동영상을 보관하는 방법은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독립적인 의사면허관리기구 운영을 통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비윤리적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거나 징계를 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일각에선 환자 단체와 의료단체 각각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수술 전 환자 동의와 CCTV 30일 보관 등 제도를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수술 녹화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 동의가 있을 때만 진행한 뒤 30일 동안 보관한 뒤 영구폐기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자단체와 의료단체의 입장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어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합의점을 갖춰 원만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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