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의 화요칼럼] 베트남(옛 월남)에서의 평화 협상 진전, 중국과의 국교 수립이라는 외교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R.M 닉슨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별로 인기가 없었다.

미국사(史) 다이제스트 등에 따르면 1972년 선거에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던 맥거번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 닉슨 대통령의 불안감은 고조되었다. 그의 재선을 확신하지 못한 백악관의 참모들은 비열한 음모를 하나 꾸몄다.

▲ 그래피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워싱턴 D.C 시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자리한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 한 것이다. 전직 FBI 요원 고든 리디, CIA 요원 하워드 헌트가 총지휘를 맡았고, 배관공으로 위장한 정보부 요원들이 민주당 선거 본부에 도청 장치를 가설했다.

당초 닉슨 대통령은 도청사건과 백악관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진상을 규명을 통해 닉슨정권의 선거방해, 정치헌금의 부정·수뢰·탈세 등이 드러났으며 1974년 8월 그는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말았다.

이것이 1970년대 초 미국 정가는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Affair)’이다.

닉슨 대통령은 이후 저술 활동을 하며 비교적 조용한 여생을 보내다가 1994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3년여 추적 끝에 대(大)특종 보도해 퓰리처상까지 받은 밥 우드워드(75)가 지난달 12일 출간한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가 작금 미국 정·재계와 언론계 등을 마구 흔들고 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WP)의 부편집인을 맡고 있는 우드워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백악관 고위 관리들을 취재했다.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휘하는 백악관의 ‘공포의 문화’를 알게 됐다. 책 제목이 ‘공포’인 이유다.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악담과 창피를 준다고 적었다. 그는 “트럼프의 위압적인 의사 결정 방식은 외교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트럼프는 상대 국가들에 보복 위협을 가하고 공포심을 조장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책 내용을 보도한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을 조롱했다. 작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한 비서관에게 “라인 프리버스(전 백악관 비서실장)는 쥐새끼 같다”고 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해서는 평소 버릇을 ‘흉내’ 내며 비웃었다.

이 책에는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도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다. 그는 올해 1월 19일 NSC에서 “왜 우리가 한반도에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느냐. 왜 우리가 한국과 친구가 돼야 하느냐”고 시비를 걸었다.

또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협정 폐기를 고집하기도 했다.

우드워드는 이 책을 ‘딥 백그라운드(Deep Background)’로 썼다. 등장인물의 실명과 실제 발언을 토대로 썼지만, 취재원이 누군지는 공개하지 않는 저술 방식이다.

이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마지노선 40% 선 붕괴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지난 16일 공개된 CNN(37%), 퀴니팩대학(38%), 공영라디오 NPR(38%) 등 조사에서 동시에 40% 아래로 추락했다. 11월 6일 중간 선거를 50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하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재임 중인 대통령과 청와대 등 ‘무소불위(無所不爲)’한 권력을 향한 쓴 소리를 낸 출간물이 아쉽게도 없다는 게 안타깝다. 되레 일부 언론은 정권과 유착해 ‘관(官)비어천가’를 불어대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하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현재 미국 권력 얘기를 생생하게 보여 준 우드워드의 저널리즘에 숙연함 마저 느낀다. 왜 우리에겐 최고 권력을 향한 언로(言路)가 없는가.

※ 김영욱의 화요칼럼은 매주 화요일 아침 6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