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일 무역분쟁도 예고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일본 아베신조 총리와 가졌던 정상회담에서 대일무역 적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미일 양자무역협정을 촉구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를 거절했지만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지난 8월 미국과 일본 정부가 각료급 무역협상(FFR)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오는 21일 2번째 각료급 무역협상을 개최할 예정지만 이견이 좁혀질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일본에 ‘자동차’와 ‘농업’ 부문에 대한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반발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 미중 무역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일 무역분쟁도 예고된 상황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 격화되는 미중 무역 분쟁, 시작되는 미일 무역 분쟁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17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3차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은 이달 말 개최로 조정 중이던 양국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거부하는 방안과 미국에 핵심적인 부품, 또는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전량 조립하고 있는 애플 아이폰도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중 무역분쟁은 해결될 기미없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이번에는 일본과의 분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적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 멕시코, 일본 순이었으며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에서는 690억 달러(약77조5천600억원)였다. 이 때문에 미국은 EU와 멕시코와 협상을 벌여왔고, 결국 큰 틀에서 마무리 됐기 때문에 남은 타깃은 일본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가진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대일무역적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의 쇠고기와 자동차 수출에 유리한 미일양자무역협정을 촉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미일의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협상을 위해 양국 각료를 대표로 한 무역협상의 틀을 신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9일~10일 워싱턴에서 미일 각료급 무역협상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을 위한 협의(FFR·Free Fair Reciprocal)을 개최했다. 그러니까 이 각료 무역협상을 앞두고 터트린 트럼프의 불만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장치이면서 각료 무역협상 전부터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에서도 입장차를 보인 아베총리에 대한 일종의 불쾌감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양국의 입장 차가 컸던 만큼 1차 각료급 무역협상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 됐고, 오는 21일 2차 각료 무역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미일 무역분쟁 쟁점은 자동차와 농업

미일 무역협정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분야는 ‘자동차’와 ‘농업’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일본에 자동차와 농업 분야의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을 위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 부과’라는 카드를 활용해 대미 수출량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멕시코와의 협상에서도 이러한 카드를 활용하면서 멕시코로부터 대미 수출량 규제를 수용도록 협상을 이끌어냈다.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같은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내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일 무역협상도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농업 또한 미일 무역협상의 쟁점인데, 특히 쇠고기의 경우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수입 쇠고기 관세를 38.5%에서 9%까지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이보다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TPP에서의 합의 수준을 상한으로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TPP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아베신조 입장은 팽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협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취임 직후 TPP에서 탈퇴하고,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도 양자 협정을 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체결된 다자협정 TPP을 유지하자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양자 간의 팽팽한 입장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면제국을 발표하면서도 일본이 안보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관세 면제에서 제외했다. 여기다가 또 수입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카드도 검토하고 있어서 일본으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연간 1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만약 일본 자동차에 20% 관세가 부과되며 연간 생산비는 86억 달러(약9조6천700억원)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출량이 20만대, 이익이 2.2% 감소하는 것으로 일본 SMBC 니코 증권은 추산했다.

◆ 일본 기업 60% “미국발 무역전쟁 영향 받고 있어”

문제는 미국이 일본의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아직 부과하기 전인데도 일본 기업들은 미국발 무역전쟁으로 인해 실적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케이자이신문이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60%가 “무역전쟁으로 인해 실적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대중 제재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각국의 보복조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등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25%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21일 있을 각료급 무역협상에서는 원만한 합의로 자동차 추가 관세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멕시코가 그랬듯이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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