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피해자 진술에만 입각한 사법부 판결을 신뢰할 수 없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6일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글로 시작된 사건은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법원 법리성을 옹호하는 측과 법원 판결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 구도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본 사건의 쟁점은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여성의 신체부위를 만졌는지에 대한 여부다. 남성의 아내가 국민 청원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끝에 사건 당시 CCTV는 2차까지 공개됐지만 물체에 가려져 있어 피해 여부를 대중들이 판단하기 힘든 소지가 있었다. 결국 사법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이 있었다는 판단 끝에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남성을 구속하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른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사법부 판결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도 “1심 재판부가 ‘가해자 중심주의’ 측면에서 재판을 심리했다”와 “재판부 가치판단을 존중하지 못하는 것은 피해자중심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진술과 주장을 우선시하는 관점인 ‘피해자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자칫 피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가 흘러갈 수 있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반면 성범죄 사건에서 재판부가 내린 가치판단을 존중하지 못한 채 피해자중심주의의 ‘오용’을 문제 삼는 것은 성희롱으로 이미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제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대립된다. 결코 과도한 판결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법조계 내 해석은 대중들이 내세우고 있는 대립각과 유사한 반응이다.
하지만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과도한 판결이란 주장이 계속해서 맴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대전제로 두지 못했고, 양형 기준을 준수하지 못해 ‘고무줄 형량’이라는 문제 제기도 함께 뒤따른다.

이 사건에서 국민들이 재판부 판결에 짙은 불신을 보이며 사법부에 대한 단체 집회 움직임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사법 농단 사태로 인해 그동안 쌓여왔던 사법부를 향한 불신이 곪아터진 것과도 유관하다.

지난 정부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심 사건들은 이번 사건의 판결에서 보이듯 국민들이 사법부를 불신하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법부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양형 실현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무성하다.
지금까지도 사법부 신뢰도는 끊임없는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판결에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위에 나서고 울분을 성토하는 일들은 사법부의 신뢰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법체계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판결로 인해 논란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완벽한 자료를 내밀지는 못하더라도 사법부의 양형 실현이 객관적이고 공정했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하며 들이미는 손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민의 뜻을 담은 사법제도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진정성 있는 개혁 노력만이 쳇바퀴처럼 거듭되는 ‘양형 기준’에 제기되는 문제와 논란을 잠재울 수 있고 국민들 모두가 납득할 만한 판결과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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