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태어나 8년간 자라온 60kg 암컷 퓨마. 이름은 호롱이. 4시간 가까이 벌어진 탈출극 이후 퓨마 호롱이는 시민들의 무고한 희생을 방지하기 위한다는 불가피한 방침 속에 수색대에 의해 사살되면서 짧고도 강력했던 소동은 마침표를 찍는다.

특별한 날 동물원에 방문해 호롱이를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철창 너머로 근엄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멍해 보이는 맹수의 모습은 대상화하기 좋은 생명체였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희귀한 동물이 눈 앞에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면서도 혹은 야생본능이 누그러진 채 늘어져 있는 맹수의 모습에 옅은 동정의 시선을 보냈을 지도 모른다.

동물원 속 어딘가 침울한 표정의 동물들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동물들의 억눌린 야생성과 감정과도 직결된 본능을 알 턱 조차 없고, 몰라도 되는 부분이라 늘 지나쳐왔을 것이다.

쉽게 풀어지지도 매듭지어지지 않는 동물권에 대한 머리 아픈 논제의 출발점을 끊는 것과 도 다름없으니 그도 그럴 만하다.

근대 이전의 철학 사상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을 결여한 동물이라는 주장을 배경으로 이분법적인 인간 우위를 주장한 반면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윤회를 배경으로 동물 존중을 주장했다. 당대 내로라하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동물권에 대한 시각은 항상 엇갈렸다.

퓨마 호롱이 사살 사건 이후 불거지는 무수한 사건의 논쟁은 인간이 관람형 동물원 너머 동물들을 바라봐 온 시선의 형태와 무관치 않다. 동물권에 대해 한 걸음 나아가서 생각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동물의 감정과 이성적 측면까지는 과학적 방식으로도 세밀히 밝혀지지 않은 영역이니 측은지심을 통해 인간의 생명과 동일한 선상에 놓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이 있지만 퓨마 탈출 직후 소동을 잠재우기 위해서 행해진 모든 대응체계에는 동물권에 대한 일말의 여지조차 없을 만큼 “비정(非情)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 하에 빠른 종결을 이끌어냈어야 하는 사태였다는 것이 잘못된 대응이라는 것이 결코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서 대전도시공사와 대전동물원 등 전문가들로 이뤄진 수색대의 대응체계는 인간의 전지적 시점에서 빚어진 형태란 것에 안타까움을 거둘 수 없기에 수많은 논쟁을 낳고 있는 듯하다.

동물권(動物權)은 정확히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다.

동물보호법에서 주로 거론되면서도 동물권 옹호론자들의 권익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육식 고기 섭취 등 미세한 문제와 파동을 타고 마찰과 수많은 논쟁을 품고 있는 동물권이지만 최근 독일이 동물 보호법 1조1항에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라고 명시하면서 세계적으로도 동물권 확보에 힘써 가는 추세다.

하지만 이번 퓨마 사건에서처럼 국내에서 늘 있어온 동물 탈출, 학대 등 사태의 근시안적인 수습 방법은 한번 쯤 돌아보고 상기해야 할 동물권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 한 대응을 보여 수많은 논쟁을 낳아왔다. 더욱이 호롱이 사살은 대를 위한 부수적인 희생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으면서도 인간의 실수로 사살된 퓨마가 ‘박제’되는 비정한 소식까지 안겨주게 한 점은 잔혹하고 치명적인 형태다.

퓨마는 사살 전 동물원 안에서 웅크린 채 발견됐다. 웅크리고 있는 퓨마에게 수색대는 마취총 한 발을 발사해 쓰러뜨린 뒤 우리로 이송할 예정이었지만 퓨마의 마취가 풀려 결국 총으로 사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퓨마를 무사히 돌려보내기 위해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퓨마의 습성을 충분히 고려하거나 마취총을 여러 발 쏘는 대응, 마취총 강도를 늘리는 방도는 수색지휘계통 혼선 속에 철저히 배제돼 비난이 높아졌다. 부수적인 희생에 측은지심을 느꼈더라면 한번 쯤 민감하게 돌아봐야 할 법했던 동물권은 배제돼 있었단 것으로도 역설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퓨마 사건 이전에도 동물원에서 희귀동물이 학대 끝에 방치돼 버려져 있거나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이 언론 매체를 통해 다수 공개되면서 동물권에 근접하지 못한 사태로 큰 논란이 일어왔다.

재작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이 제정됐지만 이번 퓨마 사건 대응 체계에서도 보이는 적나라한 현실은 크게 달라지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인간중심의 교감을 누리기 위한 동물원에 가둬 영리성을 추구하고 인간의 행복을 얻어왔다면 동물권에 대해서도 한 걸음 나아간 대응을 했어야 했지만 법이 제정됐음에도 그러지 못 했다.

이번 퓨마 사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국내 관람형 동물원의 관리 감독 부실과 인간의 행복과 영리적 기능에만 치우쳐져 있는 동물원 실태, 동물권 앞에 미흡했던 현실에 대해서는 숙의과정 끝에 한 걸음 나아간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동물권을 두고 수많은 논쟁이 거듭되고 있지만 다양한 인식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더 나은 공통된 인식의 증진을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다. 공통된 인식은 인간 중심 권리에서 동물의 권리까지 대상을 좀 더 넓힐 필요에 대한 논제를 거머쥐자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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