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워싱턴] 삼성전자가 메모리칩 생산 축소로 현재의 가격 강세를 유지하는 묘수를 꺼내들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외신은 내년 메모리칩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을 타이트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며 전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을 유지하거나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량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삼성 측이 반도체 가격을 올리려는 묘수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담당>

◆ 메모리칩 생산량 줄이는 이유는?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최근 삼성전자가 내년도 메모리칩 생산량을 줄이기로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도 비트 그로스(Bit Growth)가 동적 랜덤 액세스 메모리(DRAM)의 경우 20% 미만, 낸드 플래시의 경우 30% 증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중으로 DRAM의 경우 20%, 낸드플래시의 경우 40% 증가 할 것으로 예상한바 있다.

비트 그로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전체적인 성장률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는 반도체 시장 수요를 측정하기 위한 핵심 지표로 평가받는다.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특징인 반도체 산업은 지난 수년간의 기록적인 이익으로 인해, 수요가 완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러한 수요완화로 인해 반도체 침체기가 도래하는 것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세계 최대의 DRAM 및 낸드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함께 삼성 반도체의 가격상승을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주요 공급업체 3개 기업이 공급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 전망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자사 제품에 대한 지난 2년간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가 포함됐다.

외신은 “칩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지만, 삼성과 경쟁사가 장비 및 자재 주문과 같은 투자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기에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Inc)와 램 리서치(Lam Research Corp.)가 포함된다”고 장비 업체들의 타격을 우려했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는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용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을 통해 밝혔다.

◆ “공급 조정으로 가격 강세 유지”

반도체 분야는 자사 디비이스 전용 칩을 생산하고,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가 가장 큰 수익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수입원으로 반도체 외에도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 애플의 아이폰이 사용 중인 올레드 스크린이 있다.

삼성전자 칩 사업부는 2017년에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5.2조원의 영업 이익을 창출하며, 회사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은 “삼성전자가 DRAM의 비트 그로스를 줄인다면, 이는 기업이 현재 과점 시장 구조에 매우 만족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분석했다.

또 외신은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공급 부족을 통해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DRAM 가격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애널리스트들은 서버 DRAM의 전망을 낮게 잡았으며, 재고 축적이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은바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는 2017년 DRAM 비트량이 전년도 40% 대비 절반에 불과한20%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노무라는 “최근 삼성이 한국 평택에 있는 P2 공장에 일부 DRAM 용량 투자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과 중국 합작으로 계획된 DRAM 생산 능력 투자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외신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투자연기를 통해 공급을 지배하고 가격을 올리도록 고안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버가 메모리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켰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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