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장기간 검찰사칭 일급정보 빼내, 조직개편 후에도 내부 문제 줄지어 속출

한국석유공사(사장 양수영) 직원이 검찰로 사칭해 내부정보를 수개월 동안 빼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올해 취임한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내부기강 개혁을 내세웠지만 연이은 운영실태 논란에 외형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뉴스워커_황성환 그래픽 담당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직원 A씨는 자신을 검찰신분인 것처럼 꾸미고 동료들에게 메일을 보내 정보를 요구하고 일급열람 문서를 특정인에게 전달하는 등 사칭행위를 해오다 적발됐다.

◆ 공사, 뒤늦은 감사 착수...정보유출 이유는 비공개

A씨의 이같은 행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여 동안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메일 계정을 대검찰청의 웹사이트 주소 및 영문명 등과 흡사하게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A씨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동료들에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라는 등 형사처벌을 의미하는 메일 내용으로 위협하는 처사를 보였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반년이 지난 올해 3월에서야 내부감사에 착수했고 현재 A씨의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A씨가 빼낸 정보내용과 사유에 대해서는 “법령 등에 의해서 공개할 수 없다”며 “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반면 양 사장은 올해 3월 취임 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라며 업무팀을 축소하는 등 조직개편을 시도했다. 또 본인 임금의 50%, 3급 이상 임직원은 임금의 10%를 반납케 하는 등 실추한 한국석유공사의 신뢰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행보를 하는 듯 했다.

◆ 파견직원 과다한 복지비 지원, 작년 부채 17조 원...불황속 직원은 계속 늘어나

그러나 양 사장은 불과 4개월 만에 해외 파견직원의 특혜성 복지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하게 됐다. 캐나다 하베스트, 영국 다나 등 해외자원개발 현장에 파견나간 직원들이 증빙자료도 없이 스스로 만든 규정으로 공사의 지원을 받아왔던 것이다. 특히 한 파견직원은 9억 원에 달하는 복지비를 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석유공사는 자원외교 실패로 작년 말 기준 약 17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난황 속에서 4년간 없던 신규채용모집을 지난 7월 진행했다. 공사의 누적적자액이 불어나고 임직원 1인당 연봉 상승률이 15.9%를 기록하는 등 고액 연봉자(연 1억 원 이상)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양 사장의 채용모집 결정 배경에 여론의 의문을 갖게 했다.

게다가 지난 5월엔 공사 직원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4월엔 부적절한 지사 운영실태가 대거 적발돼 감사팀은 관련 임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출근시간에 헬스장, 식사 등으로 ‘유연근무제’를 악용한 공사 직원 10여 명이 적발돼 ‘경고’ 등 무더기로 징계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선 “양 사장이 취임 후 조직개혁을 주장했지만 끊이지 않는 한국석유공사의 내부논란과 지사 운영실태 및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양 사장은 공사의 보여주기식 행태 단장에만 치중하고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방만 경영논란과 임직원 관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임금 삭감 등 단편적 조치를 취해왔다. 한국석유공사 수장이 된 양 사장은 과거 부실한 해외자원개발로 거대한 국고손실을 초래한 원인을 규명하고 내부체계 지휘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