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_경제칼럼리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일자리 문제와 관련,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에서 제8차 일자리위원회 현장 회의를 주재하고 “기업의 투자 촉진과 활력 회복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또 “그러나 아직까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간 부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용효과가 큰 전통 주력 제조업 분야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산업구조의 변화와 자동화, 무인화, 또 고용 없는 성장,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자영업의 어려운 경영 여건 등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아직 해법을 찾지 못했다’라는 비판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청와대 안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한 문 대통령이 그 실적 부진을 자인하고 사실상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
경제계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보수 야권과 보수 언론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보다’는 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김 부총리는 2일 국회 경제부문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상반기 취업자 수가 14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면서 “경제 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국민들께 면목이 없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김 부총리는 고용 부진의 원인과 관련, "구조나 경기 요인 말고 정책적으로도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좋은 취지인데 ‘수용성’에서 일부 부정적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부터는 사실 숯 검댕이를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같다"면서 "8월에는 특히 서비스 쪽에서 일자리 줄어든 게 가장 가슴 아픈 통계인데, 최저임금 인상 관련 민감 업종에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적 요소는 시장 상황이나 수용성을 봤을 때 일부 신축적으로 보거나 보완, 수정하는 방안도 경제장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경제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대통령 보좌진 간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효과와 관련, 대통령 면전에서도 직설적이고 가감 없이 치열하게 ‘토론’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런 것이 서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바깥에 나타날 때 다른 목소리가 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금 정책은 속내에서는 치열하고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토론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관련 발언이 나오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대통령이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는 것으로) 철학을 완전히 바꿨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는 평소 입버릇처럼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질 것이라고 밝혀왔다. 정책실장은 청와대 안의 ‘스태프(참모)’일 뿐이라는 것.

그러나 국민들은 다 안다. 정말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장 실장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런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이 원래는 ‘친기업적’인데 그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여권 핵심부에서 여전히 낡은 ‘이념적’ 시각에 사로잡혀 몇 십 년 전 얘기를 되풀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도 했다.

에둘러 한 말이지만, 누구가 ‘문제 인물’인지는 짐작할 만한 발언이다. 오죽하면 재벌개혁에 대한 소신을 가진 김 위원장이 같은 집안 출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겠는가.

대통령이 ‘반기업적’이라고 오해받게 만든 자들, 그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