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리벤지 포르노’와 연관된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와 그의 헤어진 남자친구 간의 폭행 사건이 사회적 문제를 이끌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연인 간 쌍방 데이트폭력으로 사건이 매듭지어질 뻔 했다. 하지만 구하라가 리벤지 포르노 협박의 피해자로 고통 받아왔다는 사실이 사건의 핵심이 되면서 연예계 뉴스를 장식하고 잠깐의 이슈로 사그라들 문제가 아닌 게 됐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할 감정을 품고 상대방의 동의 또는 인식 없이 일반 공중에게 배포되는 음란물 등을 뜻하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는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더욱 나아가 이를 빌미로 전 연인을 협박할 경우 형법상 공갈죄나 협박죄에도 해당하는 심각한 범죄다. 촬영 당시 상대방이 동의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유포행위를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게 된다.

옛 연인과의 성관계가 담긴 영상이 유포될 경우 피해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유포된 리벤지 포르노가 SNS, 불법 웹하드업체 등으로 퍼질 경우에는 수습하기조차 어려워 피해자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에 빠진다.

이번 구하라 사건은 유명인도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에 형용할 수 없는 충격과 분노를 퍼뜨렸다. 그 충격파는 사회적 문제를 상기시켰고, 리벤지 포르노 카르텔을 처단해 나갈 기폭제로 변모한 모습이다.

현재 구하라 사건과 관련해 20만명의 청원 동의를 돌파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은 극심한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해자 대부분이 집행유예 처분으로 풀려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범죄 근절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6일 열린 혜화역 불법 촬영 관련 시위에는 전국 곳곳에서 모인 6만 여명의 여성들이 “불법촬영 규제법안 시행”, “리벤지 포르노 범죄 처벌 강화” 등 여러 구호와 피켓을 들고 사회에 분노를 드러냈다.

늘 있어왔던 여성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 사건에서 봐왔듯 이번 사건에서도 일부 남성들은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해달라거나 검색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다. 연예인이고 유명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가진 사람이기 전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영혼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진 못한 것일까.

더불어 남성들의 시각에서는 여성이 “조신하지 못 했다”거나 “정조를 지키지 못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경우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며 피해자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이제는 불법 촬영과 리벤지 포르노 카르텔에 엄벌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연대가 구하라 사건과 맞닿아 있다고 해서 페미니즘을 끌어와 힐난하기에 분주하다.
이런 현실은 늘 있어왔었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라도 사건을 페미니즘의 스펙트럼에 가둬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과 다름없다.

명백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안인 만큼 남녀 구도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와 세태와 공감해야만 한다.

SNS의 발달로 인해 범죄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법무부도 최근 불법으로 누군가의 몸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하는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엄벌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엄벌을 촉구하는 것과 달리 정작 법망은 구멍이 뚫려 있어 피해자는 2,3차 피해에도 무방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7,446명 중 징역형을 받은 피고인은 647명으로 8.6%에 불과했다. 현실은 솜방망이 처벌이 다라는 것이다.

이번 구하라 사건의 결과는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와야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피해의 심각성과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맞게 끊임없이 논의돼야 할 일이다.

리벤지 포르노는 연인 간 연인의 복수가 아닌 중대한 범죄다. 명백한 범죄로 규정해 엄벌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확산돼 보다 높은 처벌 수위를 확정 짓는 국가 차원의 움직임과 허술한 법망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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