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이슈] 영국의 공식 EU 탈퇴(브렉시트· 2019년 3월 29일)를 5개월여를 앞두고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브렉시트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외교소식통들을 인용해 EU와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 타결에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양측 협상팀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계속하게 될 것이며, 17일 EU 정상회담 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지난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며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이후 영국과 EU는 양측 관계를 정하는 ‘탈퇴협정’을 1년 반 동안 벌여왔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달 19일~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은, 상품 교역은 지금처럼 자유롭게 하되, 국경을 넘는 사람과 서비스 이동은 단속하는 이른바 ‘체커스(Chequers) 플랜’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비교적 ‘소프트 브렉시트’를 제시했던 것인데, EU의 27개국 정상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사실 지금까지 EU와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했던 것은 영국이 EU와 맺은 수많은 조약과 합의를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인데, 그러자 영국은 ‘체커스(Chequers) 플랜’을 제시하며 EU 단일시장의 경제적 이점은 계속 누리되 사람의 이동도 막고 EU 본부의 간섭과 같은 자국의 주권이 침해되는 사안을 막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지난 7월 영국 메이 총리가 발표한 ‘체커스 플랜’은 상품·자본·서비스·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운 ‘EU 단일 시장’에서 탈퇴해 EU와 상품 교역만 자유로운 자유무역지대(FTA)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EU 정상들은 영국의 계획이 단일 시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앙겔라 독일 총리는 “단일 시장의 일부분이 아니라면 단일시장에 속할 수 없다”면서 “완전한 단일시장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이 자국의 입맛만 고려한 ‘체커스 플랜’에 EU 정상들이 곱게 받아들였을 리는 없어 보인다. 결국 EU 정상들과 메이 총리간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없는(no deal) 탈퇴’ 전망과 ‘브렉시트 재투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 협상 진전 보여

팽팽한 이견을 보이던 EU와 영국은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양측 협상팀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지속한 뒤 15일에 초안을 만들고, 16일 EU 장관들의 서명을 거쳐 17일 밤에 열리는 정상 만찬회의에서 정상들이 서명하게 된다.

이렇게 1년 반 동안이나 진전을 보지 못했던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일랜드 국경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 잔류국인 아일랜드와 EU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영국 북아일랜드 간 국경 강화로 인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관세없이 상품의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EU는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를 EU의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 안에 두는 이른바 ‘안전장치’ 안을 고수하면서 EU와 영국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영국 총리는 EU의 안이 시행될 경우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섬 사이에 국경이 생기고 이는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영국이 영국 본섬에서 북아일랜드로 보내는 물품에 대한 검역을 일부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즉, 아일랜드 국경에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 없도록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이동하는 제품에 대한 규제 및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고, 영국은 이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영국 내부 갈등 격화

EU와 영국 간 브렉시트 협상이 진전될수록 정작 영국 내부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EU의 잔류를 원하며 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2030년까지 영국 경제가 8% 이상 축소될 전망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를 결정(찬성 51.9%) 했던 주요 이유는 엄청난 이민자 유입 때문이었는데, 막상 협상 타결이 임박하자 시민들은 브렉시트 결정에 재투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영국 보수당 내 친EU파 의원들도 메이 총리가 가져온 EU와의 최종 브렉시트 협상안에 거부권 행사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당초 EU와 협상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하브 브렉시트파는 EU와 캐나다 모델과 같은 느슨한 FTA 타결을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브렉시트를 놓고 영국 내 분열이 심화되는 가운데, 브렉시트로 EU와 자유로운 교역이 제한되면 남성 육체노동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를 가장 열렬하게 지지한 것으로 나타난 계층이다. 이들을 포함한 영국 3대 노조가 브렉시트 찬성에 앞장섰던 것인데, 올 9월 초 여론조사에서는 60% 안팎이 ‘잔류’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렉시트 이후 상품·서비스 수출이 어려워지면 고용의 안정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절대로 재투표는 없다”며 그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을 되돌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잠식 당한다며 브렉시트를 강력하게 원했던 이들로 인해 내려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그리고 EU와의 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영국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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