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외교 관계 악화로 번질 뻔한 ‘욱일기 게양’ 논란으로 일본 정부가 제주 국제관함식 불참 통보를 보내면서도 ‘욱일승천기’에 대한 고집을 굽히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욱일기를 둘러싼 국내 사회의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욱일기는 일본의 한국 침략 전쟁에 동원되거나 위안부 등 한국의 민감한 역사적 문제와 맞닿아 있고 제국주의·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문양이라는 이유에서다.

욱일기를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면서 국회에서는 ‘일본 전범기 금지법’을 발의해 반일 감정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을 수용했지만 일본은 ‘군기(軍旗)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인식 차이로 인한 욱일기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외교 관계 악화로 번질 뻔한 ‘욱일기 게양’ 논란으로 일본 정부가 제주 국제관함식 불참 통보를 보내면서도 ‘욱일승천기’에 대한 고집을 굽히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욱일기를 둘러싼 국내 사회의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 일본, 제주관함식 ‘불참 통보’..“자위함기(욱일기·旭日旗)는 자랑”

욱일기 논란을 일으킨 일본 해상자위대가 오는 10일 제주 국제관함식에 구축함 1척을 보내기로 한 계획을 취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5일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이 최근 불거진 욱일기 논란과 관련해 11일 오전 해상 사열 등에 함정을 보내지 않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일본 해상자위대 측과 의견 조율 과정에서 욱일기를 게양할 경우 사열에 참가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전달했고 일본 측에서 함정을 보내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일본을 포함해 관함식에 참여하는 15개 나라에 이메일로 공문을 보내 사열에 참여하는 함선에는 자국 국기와 태극기만을 달아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일본에는 “욱일기를 달지 말아달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정부 요청에도 “자위함의 욱일기 게양은 일본 국내법으로 의무화돼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후로 국내 사회에서 격화되는 반일 감정과 외교 관계 악화 등 문제로 인해 결국 불참 통보를 보내며 고집을 꺾은 것으로 추정된다.

◆ 제국·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

일본의 군기인 욱일기의 ‘욱일(旭日)’은 한자 뜻 그대로 태양 주위로 햇살이 퍼지는 문양을 의미한다.

태양 주위로 16개의 햇살이 퍼지는 문양이 현대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형태지만 햇살의 수가 4개, 8개, 12개, 24개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욱일기는 1870년 5월 15일 일본 육군 창설을 앞두고 태양 주위로 16개의 햇살이 퍼지는 문양의 육군어국기(陸軍御國旗)가 법령으로 제정되면서 욱일기가 일본군의 군기로 사용되기 시작됐다.

이후 1889년에는 태양의 위치를 깃대 쪽으로 조금 옮긴 형태인 욱일기를 군함기(軍艦旗)로 제정하기에 이른다.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군 해체로 인해 욱일기 사용도 일단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1954년 육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햇살의 숫자만 8개만 줄인 모양기를 현대에 이르러서도 사용하고 있다.

◆ 독일과 다른 행보 VS 과거 관함식선 게양

군기 사용을 두고 일본이 독일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점도 국내에서 ‘욱일기 게양 논란’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나치스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의 사용을 금기시하면서도 전쟁범죄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 침략 전쟁 피해국인 한국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과거사를 정부 차원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욱일기를 군국주의, 제국주의, 전쟁범죄 등 상징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데다 국제적인 자리에서도 욱일기를 자위함기로 내걸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장관은 이번 욱일기 게양 논란을 두고 “욱일기는 군대에 소속된 선박을 나타내는 외부 표식에 해당하고, 이에 제주 국제관함식 등에 참가할 경우 자위함기인 욱일기를 게양해야 한다”고 고집하기도 했다.

일본에 의한 침략·약탈·통치 등 피해의 역사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욱일기를 고집하면서 사과 입장을 한 번도 표명하지 않은 일본 정부 태도에 ‘욱일기 게양’에 대한 반발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일본이 이번 욱일기 게양 논란에도 ‘군기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온 이유로는 1998년과 2008년에 열린 대한민국 관함식에서 욱일기 게양을 용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으로서는 과거 두 차례나 욱일기 게양을 용인했다가도 지금 와서야 문제 제기를 하고 있냐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 ‘일본 전범기 금지법’ 발의 귀추 주목돼..“나치 독일 전범기와 마찬가지”

일본 욱일기 논란으로 국내 사회에서 반일 감정이 격화돼 일본 욱일기 금지에 관한 법안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군국주의 상징물 금지법(일 전범기 금지법)”을 발의했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1일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주도에서 열릴 행사에서 일본의 욱일기 게양 함정이 등장하더라도 국내에서 조차 이 같은 군국주의 전범기를 금지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 의원은 특히 “일본 정부가 제주에서 열릴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게양 입장을 공식화 하는 등 잘못된 역사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조차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물인 욱일승천기가 스포츠 경기장에 버젓이 등장하는가 하면, 욱일기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며 개정 취지를 밝혔다.

또한 신 의원은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독일이 형법에서 나치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 모습”이라며 “마치 이스라엘 국가 행사에 독일이 나치 독일 전범기를 걸고 참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번 법 개정안이 실제 통과될 경우 욱일기 사용을 둘러싼 한일 간 공방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일본의 군국·제국주의를 미화한 욱일기가 애니메이션·게임 등을 통해 국내 사회에서 왜곡된 대중문화를 퍼뜨리고 있는 사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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