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한반도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인 5.24 조치를 두고 한 발언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는 등 연일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이목을 끌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남북미 관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살얼음판 상황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 ‘폭스앤프렌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끔찍한 무역협정과 함께 끔찍한 군사 계약도 있다"면서 "우리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같은 부유한 나라들을 지켜주는데 그들은 비용을 내지 않는다.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인 5.24 조치를 두고 한 발언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는 등 연일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이목을 끌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남북미 관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살얼음판 상황에 돌입했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급한 것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는 지난 9일 아이오와 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 1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사드 비용을 미국이 지불했다며 사드를 다시 가져오라고 미군 장성들에게 말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 트럼프 ‘승인’ 발언 논란…국내 정치 상황도 ‘시끌’

현재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국의 승인(approval) 없이는 한국은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해 논란을 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논란의 불씨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답변으로부터 비롯됐다. 강 장관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24 조치에 대해 정부가 해제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강 장관의 발언이 파장이 일자 그는 “관계부처로서 늘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 말씀 드린 것이고 범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는 “5.24 조치의 많은 부분이 유엔 제재로 담겨있다. 그래서 5.24 조치 해제는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남북관계 발전 또 비핵화 관련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보리의 대북제재 틀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발발하며 정부는 5.24 조치를 통해 대북 제재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등을 제외한 방북이 불허됐고,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도 전면 불허됐다. 대북 지원사업 역시 원칙적으로는 보류된 제재다.

강 장관이 ‘검토 중’이라고 답변하면서 정부 여당이 유엔 대북 제재 해제와 별도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독자적인 사업을 강력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여전히 ‘5.24 조치 발언’의 여진이 남아있다.

◆ 전문가들도 트럼프 ‘주권 침해’ 발언 해석 다양

이런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 발언을 내놓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새어나오는 등 ‘주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야당도 강한 반발과 함께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페이스북에 “분명히 트럼프의 대북접근 동기는 미·중의 최종결전에 대비해 상대방의 ‘똘마니 빼내기’를 시도하는 데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그 일을 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경제적 목줄은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 두 떡을 다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고, 그걸 활용해서 최대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계산도 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트럼프는 ‘제재가 통하기에 평양이 대화의 자리에 나왔고 제재는 미국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기본전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략적 결단’도 제재의 결과가 나온 거고, ‘압박’이란 말을 안 써도 제재로 얼마든지 평양을 요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뒤 “전날 러시아에서 최선희 국장과 모르굴로프 6자회담 대표, 쿵쉬안유 중국 외무부 차관 등이 만나서 대북제재 완화를 공식 요청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상황과 맞닥뜨려서 미 언론이 대단히 예빈하게 러시아, 중국, 북한의 움직임과 연결시켜서 질문하니 오버액션이라 그럴까요. 이런 발언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며 “사전에 좀 긴밀히 협의하겠다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무슨 식민지 총독이 누구한테 승인하듯 이런 개념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윤곽이 나온 상태에서 남북미는 ‘비핵화’를 두고 또 다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 일정에 돌입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지면서, 살얼음판 위에 놓인 남북미의 향후 행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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