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 7일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화재는 외국인 노동자 스리랑카인이 저유소 부근에서 날린 작은 풍등 하나가 발단이 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잠정 결론을 내렸다.

풍등은 지름 40cm, 높이 60cm에 불과한 작은 크기였다. 외국인 근로자가 풍등을 날린 데에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자세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질 것이지만 우연히 날아든 풍등 불씨 하나만으로 저유소 곳곳에 잠재된 안전 사각지대가 뚫린 것은 관리 체계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 난 7일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화재는 외국인 노동자 스리랑카인이 저유소 부근에서 날린 작은 풍등 하나가 발단이 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잠정 결론을 내렸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하지만 이번 사건 당사자인 송유관공사와 지자체 차원의 태도는 기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재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의 태도가 관리 체계 관리와 안전 기준 강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 풍등을 날린 외국인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있다”라는 글이 올라오며 국가기간시설 사각지대 허점으로 사건의 초점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여론도 외국인 노동자의 테러 가능성과 고의성을 초점에 두고 사건을 바라보는 듯 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잔디에 불이 옮겨 붙고 폭발이 발생하기까지 18분 동안 송유관공사측이 화재 발생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유류관리 체계에 대한 명백한 오점으로 판명된 사안이다. 이에 여론은 대한송유관 공사의 유류관리체계와 정부의 국가기간시설관리에 대한 문제제기로 초점을 다시 맞추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는 유류 약 440만 리터를 저장하고 있다. 판교, 대전, 대구, 광주 등에서 관리하는 저유소 중 하나로 대한송유관공사는 송유관로와 전국 저유소를 포함해 약 6억5000만 리터인 410만 배럴의 유류를 보관하고 있다.

국내 경질유 소비량의 약 58%에 해당하는 저유관 공사 석유제품 관리 지사 한 곳의 안전시스템이 작은 풍등 하나로 무너진 셈이다.

화재 피해는 43억 원 가량의 재산 피해를 내는데 그쳤지만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국가기간시설의 존재 의미는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게 됐다.

외국인이 날린 풍등이 1차적인 화재 원인으로 지적된 셈이지만 국가기간시설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설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 한 공사에 있다.

설비 안전 관리 체계는 초기 화재 진화에도 무대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유소 탱크 내부에 화재 감지 센서가 설치돼 초기에 불씨가 발생했을 경우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결국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해당 설비 시설에는 탱크 유증기를 액체로 전환해 유증기가 실외로 배출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유증기 회수 장치도 설계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발생한 불씨가 애초부터 유증 환기구 쪽으로 옮아 붙어 더 큰 화재를 키울 위험성은 처음부터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지자체 차원 국가기간시설 관리 체계의 허점도 지적된다. 국가기간시설로 분류되는 저유소를 허가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산업통상자원부로 한정돼 있는 상태지만 산자부 국가기간시설 안전 체계는 저유소 존재 자체를 인근 주민들도 모를 정도로 허술했고 안전수칙도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산자부와 지자체 간 안전 관리에 대한 커넥션도 사실상 부재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고양시가 화재 발생 직후 초동 대응에 미흡했던 이유다.
 
산자부와 지자체 간 커넥션 부재와 미흡한 국가기간시설 관리체계가 정비 없이 계속될 경우 유사한 화재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1차적인 화재 원인에만 몰입하는 태도가 아닌 국가기간시설 안전체계에 미흡했다는 것을 인지해 체계 허점과 시설 안보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더불어 유류관리 체계 허점이 인근 주민들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책임질 수 있는 안전관리 지침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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