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수입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감소한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권을 비판해온 미국 주재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상 의혹 사건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이 증폭된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미국이 사우디에 제재 협박을 가하자 다음 달부터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발표도 했다. 사우디의 증산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일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국제유가는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배럴당 0.14달러, 0.20% 오른 71.92달러로 마감했다.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도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배럴당 0.63달러, 0.78% 상승한 81.41달러로 마감했다.<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DB>

◆ 미국의 이란 대 제재가 유가 상승요인

국제유가는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배럴당 0.14달러, 0.20% 오른 71.92달러로 마감했다.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도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배럴당 0.63달러, 0.78% 상승한 81.41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미국 산유량 증가 소식에 장중 하락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지난 5일까지 일일 1120만 배럴에 이르면서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다. 거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다음 달 미국 셰일 생산지 7곳의 산유량이 9만80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의 원유 재고가 110만 배럴 증가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16일 유가가 장중 하락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에 이란의 원유 수출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소식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이란 석유 금수 조치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이란 재재가 강화되면 석유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9월부터 유가는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제재에 아직 들어가지 않은 10월 첫 2주간 이란의 원유 수출은 하루 150만 배럴로 감소한 것으로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 4월 하루 250만 배럴보다 100배럴이나 줄어든 수치이다.

◆ 미국과 사우디와의 갈등도 국제유가 상승세 이끌어

이란의 원유수출 감소 요인에다가 미국주재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끄지 암살의혹 사건으로 사우디가 미국과 갈등이 촉발되면서 원유 가격의 요인이 됐다.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살해됐고, 그 배후는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그러자 국제사회는 사우디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우디에 가혹한 처벌을 가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피살과 총영사관은 무관하다’며 발뺌하며, ‘만약 제재가 가해진다면 사우디는 더욱 큰 보복으로 되갚아줄 것이다. 사우디 경제는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있고,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유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성명을 냈다. 이러한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이 국제 유가를 이끄는 한 요인이 됐다.

◆ 수입물가도 상승세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의 수입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18년 9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90.69로 한 달 전보다 1.5% 올랐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8월에 주춤하다가 다시 이어진 영향을 받은 셈인데 세부적으로는 원유, 천연가스(LNG) 등을 중심으로 원재료 수입물가가 4.5% 올랐다. 석탄 및 석유제품 상승세에 중간재는 0.3% 올랐고, 소비재는 0.1% 상승했다.

이렇게 국제유가에 따라 수입물가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제유가 흐름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사우디 ‘내달 원유 증산’ 밝혀

다행히 사우디는 내달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에서 이같이 밝히며 “사우디는 국제 원유 시장의 충격 흡수이자 중앙은행 격”이라며 “사우디의 추가 생산 능력과 (공급안정화) 노력이 없다면 유가는 쉽게 세 자리수(1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주요 산유국들은 지난 달 말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석유 증산에 부정적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사우디가 갑작스럽게 증산 의향을 비친 것은 카슈끄지 암살 의혹에 사우디 정권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사우디에 제재를 가하겠다며 협박하자 사우디의 증시가 급락했고,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카슈끄지를 사우디 정부가 기획 암살했다는 의혹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집중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라 이 사건을 조기에 수습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원유 증산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고, 사우디는 일일 130만 배럴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뒤 감소할 이란의 수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가 11월로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과 사우디와의 갈등이 일단락돼 국제유가 상승세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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