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기자의 窓] 믿을 수 없는 참혹한 사건에 사회 곳곳에서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남성이 경찰 신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찾아온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다.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희생자는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한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8시10분께 강서구 내발산동 PC방 앞 로비에서 손님으로 방문했던 남성 김씨(29)가 앙심을 품고 PC방 직원 신씨(20)의 안면부에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 했다.

▲ 믿을 수 없는 참혹한 사건에 사회 곳곳에서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남성이 경찰 신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찾아온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다.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희생자는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한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 PC방에서 신씨에게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신씨는 음식물을 곧바로 치웠으나 이내 김씨는 신씨에게 돌아와 “환불을 해달라”며 말다툼을 벌였다. 두 사람 사이의 실랑이가 길어지자 신씨는 112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관은 김씨와 김씨 동생 두 사람을 제지해 PC방 입구 앞에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PC방 근처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다시 PC방으로 향했고 신 씨가 나올 때까지 화장실에 숨어 있던 것으로 공개된 CCTV영상을 통해 조사됐다. 신씨가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사이 김씨는 PC방 앞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 있던 신씨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신씨가 넘어지자 범행을 가했다. 이에 김씨 동생이 신씨를 붙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CCTV영상을 통해 공개됐지만, 김씨 동생은 “형을 말리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해명했다.

신씨가 숨을 거두게 된 참혹한 광경이 벌어진 건 경찰관들이 돌아간 지 불과 6~7분 뒤였다. 이로 인해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경찰 수사가 미숙했다는 것도 사건의 발단으로 여겨질 만큼 중요하다. 가해자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돌려보내는 조치 등을 취했더라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더 나아가 가해자 처벌 본질을 흐리기 위해 씌워지는 프레임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0년여 째 우울증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기에 가해자 처벌이 정신병력 프레임에 씌워져 감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21세 알바생이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흉기로 무참히 살해당했다”며 “피의자는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심신미약 이유로 감형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나”며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기준 18만 2540명의 동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형법 제10조제1항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경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해자에 대한 정신병력이 증명될 경우 감형된 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후에 가해자 정신질환 등이 증명된다면 범죄의 흉악성에 비해 국민의 눈높이에 적절치 못 한 감형된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건을 다루는 경찰과 언론이 정신병력에 대한 의료계 시각을 통해 가해자 처벌 감형에 대한 연결 구도를 만들어 가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흉악범죄에 있어 가해자 처벌에 시선이 쏠릴 때마다 심신미약, 항거불능 등 정신병력 연결구도를 통해 감형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은 형법에 의한 자연스러운 판단 때문일지라도, 사건을 급하게 단정 짓기라도 하는 듯 정신병력만을 강조해 범죄 본질을 관철하지 못 하는 사안에는 융통성이 배제돼 있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정신병력을 ‘공포와 위험의 대상’으로 낙인찍는 것도 범죄 명분을 실어 피해자가 입은 처참한 피해는 물론 범죄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공포조장을 하는 것과도 다름없다.

“정신병력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하고 사건의 프레임을 온전치 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만 관찰되는 독특한 사고방식이다. “음주운전 딱 한번 했으니 눈 감아주시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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