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LG전자 산하 VC사업본부 신설, 계열사 내 전장사업 매출 가장 커
흑자전환 지연, 만성적자는 반드시 넘어야할 산

[기업분석 팀 / 팀장 신대성] 올 해 닻을 올린 구광모號의 ‘뉴LG’가 전장사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은 故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구 전 회장이 외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뒤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올 5월 구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 30대 그룹 총수 중 최연소다. 유교적 가풍으로 장자승계와 형제독립 원칙이 그룹의 전통인 탓에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은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구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전장사업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LG측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담당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은 현재 LG전자 산하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가 중심이다. LG전자는 2013년 7월 3100억원 가량을 투입, 여러 사업부를 통합해 VC를 사업본부로 신설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포함해 전기차용 모터나 자동차용 램프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전장사업은 LG그룹 내 타 계열사와도 연결된 사업이 많다. LG화학은 배터리, LG이노텍은 일반모터와 통신부품,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는 차량용 경량화 소재 등의 내외장재를 생산하는 식으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장부품 사업을 하는 LG그룹 내 계열사 중에서는 VC사업본부의 매출이 가장 크다. 올 상반기 기준 LG전자의 전장부품 매출(1조7128억원)이 1위이며, 그 뒤를 LG화학(1조1710억원), LG디스플레이(5000억원), LG이노텍(4590억원), LG하우시스(2700억원)이 잇는다.

▲ 자료_전자공시시스템

LG전자를 중심으로 LG가 전장사업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전장부품은 수소,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형 자동차의 부품으로 투입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에서 2020년 3033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장부품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높다. 자동차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2002 년 12%, 2005 년 20%, 2010 년 37%, 2015년 40%로 늘었고, 오는 203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관측된다.

LG전자는 전장사업 선점을 위해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업체와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차 관련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는 오스트리아의 자동차용 헤드램프 제조사인 ‘ZKW’를 11억 유로(약 1조 44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사업 육성에 돌입했다.

ZKW인수는 LG그룹 역사상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이다. ZKW는 BMW, 폭스바겐,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 21개 이상의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조명을 공급한다. LG전자는 ZKW가 개발중인 고해상도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 급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자동차용 조명 시장은 2017년 기준 약 28조원에 달하며, 오는 2020년에는 약 33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헤드램프 시장이 전체 자동차용 조명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매우 큰 알짜배기 시장이라는 점에서, VC사업본부의 실적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 자료_전자공시시스템

허나 사업부가 신설된 지 5년이 넘는 동안 2015년 4분기를 제외하고 적자를 지속한 것은 넘어야 할 산이다. VC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은 2015년 1832억원, 2016년 2773억원, 2017년 3489억원, 올 1분기의 매출은 8,400억원, 2분기의 매출은 8,728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5년 4분기 97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만년적자다. 2016년에는 6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17년에는 1분기 145억원, 2분기 164억원, 3분 290억원, 4분기 411억원으로 계속 커졌다. 올 들어서도 1분기에는 170억원, 2분기에는 3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초 올 하반기 분기 매출 1조원 달성과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으나 순조롭지 않다.

하지만 전장사업 특성상 수주가 증가해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바로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비용으로 인해 상당기간 적자에 머물다 일정한 시점이 지나서야 급격히 수익을 창출하는 ‘J커브’ 모양을 내기 때문이다. 이에, ZKW 인수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올 4분기 이후부터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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