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워싱턴] 롯데가 ‘통큰’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외신들이 이를 두고 ‘오너스캔들’ 이후 한국기업들의 전형적 수순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한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오너스캔들을 상쇄하기 위한 일종의 보여주기식 제스처라는 지적이다.

롯데는 향후 5년 동안 50조를 투자하고 7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 석방 후 투자… “한국기업 집단의 전형”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롯데그룹이 440억달러(약 50조원) 신규 투자 및 7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전에도 가족과 관련된 부패 조사에 대해 사죄한 후, 오는 2021년까지 한국 내 352억 달러 투자계획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뇌물 및 비리로 지난 2월 투옥된 신 회장의 법정공방으로 인해, 앞서 공표한 계획은 지연됐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특히 외신은 이러한 기업의 투자 및 고용 계획은 앞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외신은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한국 대기업들은 지역경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롯데그룹의 이번 투자 계획은 한국기업 집단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몇 달 만에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요청에 대한 대응”이라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기업의 오너나 가족들이 스캔들에 연루됐을 경우, 기업은 투자 계획을 일종의 ‘제스처’로 발표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로 삼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및 청탁 혐의 유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이후, 몇 달간 주요 투자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외신은 “신 회장은 석방 후에 롯데그룹이 성장계획을 강화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투자계획은 이전에 세웠지만, 그룹 총수가 없는 상태에서 8개월을 보냈다”며 “새롭게 발표된 이번 계획은 주주와 대중들에게 기업 목표를 재설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 ‘소매 인프라’ 투자…중국 시장 물러나는 모양새

롯데는 총 투자 금액 중 화학 및 건설 부문에 40%, 소매 부문에 25%, 관광 및 서비스 부문에 25%, 식품 부문에 10%를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의 이번 투자 중 20조원은 한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 화학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쓰일 예정이다.

롯데는 먼저 투자 첫 해인 내년에만 12조원을 집행할 전망이다. 이러한 롯데의 투자는 단일 연도에 대한 그룹의 가장 큰 투자로, 2016년 석유화학업체 인수에 들어간 약 11조원보다 더 큰 규모로 파악됐다.

그러나 외신은 롯데가 초기 5년 투자계획 하에, 지금까지 얼마의 금액을 지출했는지는 상세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롯데는 향후 쇼핑몰과 슈퍼마켓을 포함, 소매업 분야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온라인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소매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롯데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으로, 소매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롯데는 관광 및 서비스 산업에서 합병 및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롯데가 호텔 인수를 염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외신은 관측했다.

롯데 측은 “이번 계획은 최근 둔화된 경영 활동을 신속하게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래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성명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외신은 이번 롯데의 투자 소식과 더불어, 중국에서 일어난 미사일방어체제 사드 반한(反韓) 감정으로 인해 롯데가 큰 곤혹을 치렀다고도 언급했다.

외신은 “롯데는 중국에서 물러나고 있는 모양새”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주가는 화요일 어제 기준 3.4% 하락했으며, 코스피 지수는 2.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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