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뉴스워커_남북정세]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한 데 대해 정치권이 충돌 양상을 빚으며 4.27 판문점선언처럼 정쟁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정부의 비준에 대해 ‘위헌’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고, 청와대와 여당은 북한과의 합의는 헌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위헌 주장’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거센 충돌에 일각에선 여의도 담장을 넘어 남남갈등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남북의 합의사항이 또 다시 정쟁화로 변질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를 비준했다.

野 “아이를 낳기도 전에 출생신고 마친 상황” ‘반발’

이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작 선행 합의에 해당하는 판문점섬언은 아직 국회 비준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는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없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며 “아이를 낳기도 전에 출생신고를 마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주장은 헌법 제60조 1항 “국가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강화조약 등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체결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가진다”를 근거로 하고 있다. 군사합의가 수역설정이나 포사격 기동훈련 금지 등 구체적 조치를 명시하고 있기에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25일에도 “청와대는 재정적, 안보적 포괄적 사안을 규정한 판문점선언은 국회비준을 요청하면서 개별적 사안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평양선언과 군사합의는 오히려 국회 동의를 패싱해도 된다는 모순적,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아무리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지만 국가이슈가 엿장수 마음대로 그 때 그 때 달라져선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 靑 “북한은 헌법에서 국가가 아니기에 합의는 조약이 아니다”

청와대는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기에 북한과 맺은 합의와 약속은 조약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조약이 아니기에 헌법이 적용될 수가 없기에 ‘위헌’ 요건에 충족하지도 않는 다는 설명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사례로 들며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 3조 1항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 지향 과정에서 잠정적인 특수관계’로 정의하고 있고 여기서도 조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남북합의서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청와대의 보조에 발을 맞췄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판문점선언은 남북철도, 도로연결 등 예산의 투입이 필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정부가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한 것이지만, 평양선언과 군사합의는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군사합의서와 관련해서도 “이게 조약에 해당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없애기 위한 군사합의가 국가안보에 무슨 제약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당은) 오로지 평화의 발목만 잡겠다는 냉전수구적 오기만 부린다”고 비판했다.

◆ 4.27 판문점선언 국회 동의안 처리 여부 ‘눈길’…연내 처리 될까

야권과 청와대, 여당이 비준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하자 4.27 판문점선언 국회 동의안 처리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문점선언 국회 동의안은 9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국회에 제출됐는데, 현재까지 여야가 공방을 거듭하며 계류 중이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서명한 판문점선언에 대해,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권의 합의와 남북 경협을 위한 재정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 관계의 연속성과 이행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정부 여당은 연내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9월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 문제로 정치권이 맞붙으며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선 이같은 공방이 정치권을 벗어나 국민들에게까지 남남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는 등 일촉즉발 대립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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