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승워커_남북정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지난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 재벌 총수들에게 한 말이 뒤늦은 논란에 휩싸였다. 리 위원장의 말은 정치권의 설전으로까지 이어졌고, 북한의 ‘도발적 발언’에도 정부가 나서질 않는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며 여론 악화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가 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발언은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나”였다. 이 발언은 지난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지난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 재벌 총수들에게 한 말이 뒤늦은 논란에 휩싸였다. 리 위원장의 말은 정치권의 설전으로까지 이어졌고, 북한의 ‘도발적 발언’에도 정부가 나서질 않는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며 여론 악화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행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서 리선권이 불쑥 나타나 정색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 (통일부 장관은 이를) 보고 받았나”라고 질의하면서 공개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북측에서는 남북 관계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으로 넘어온 ‘냉면 발언’…김성태 “상소리” vs 홍영표 “색안경”

리선권 위원장의 ‘냉면’ 발언은 곧장 정치권으로 불 붙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다음날(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소리도 이런 상소리가 있을 수 없다”며 “무례와 천박함이 북한의 본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명색이 글로벌 기업 총수들을 데려다가…(이들이) 가고 싶어서 갔나. 반 강제로 데려갔으면 이런 모멸은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시각의 차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원내대표는 “지금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빨간 색안경을 끼고보면 빨갛게 보일 수밖에 없다”며 “그 말 한 마디를 가지고 굴욕적이다, 아니다 판단하기는 어렵다. 북한 최고 통치자가 (재벌 총수들을) 최고 국빈대우를 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몇 백명이 같이 갔는데 거기서 일어난 말 한마디를 가지고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어떤 도움이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설전이 오고가며 논란이 일면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핀잔을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여론에도 좋지는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정세현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 관계 진전 시키지 않으려 작정한 발언”

당장 전문가들도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남측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나온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않으려고 작정을 하는 발언”이라며 “아주 정떨어지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즉각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말이 아니라 상부에 보고되기를 기대하고 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앞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뒤에 있는 최고 권력자에게 충성의 맹세로 강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리선권 위원장이 뭘 잘못 알고 하는 것인데, 남쪽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쪽은 최고 권력자가 하면 다 따라가게 돼 있지만 우리는 대통령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한 발짝, 반 발짝 나가야 하는, 여론으로 정치를 하는 사회”라며 “이런 식이면 평양냉면 인기도 떨어지겠다. 국민 여론이 아주 안 좋다.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일을 망치려고 작정하고 던지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리선권 위원장의 ‘냉면’ 발언 여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조명균 장관 해임건의안도 논란에 힘입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로써 해임건의안은 31일 공식 발의된다.

정부여당에서는 연말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즉 4차 정상회담이 남아 있고, 연내에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처리시켜야 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보수야당의 공세를 방어할 방법과 평화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복잡한 상황 속에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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