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인물_보일러만 한 우물, 최진민 회장 편]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은 1941년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공업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옛 청구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최 사장은 1962년 보일러사업을 시작해, 보일러개발에만 매달려온 인물로, 20대에 한국 최초의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에 보일러를 공급하면서 사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거꾸로 타는 보일러로 선풍을 일으킨 귀뚜라미, 정도경영이라는 최진민 회장의 모습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평소 경영스타일은 보수적이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으며,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땐, 어음대신 협력업체에 전액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또한, 기업가로써 금융 및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기업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올바르고 투철한 기업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최 회장 이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귀뚜라미는 비상장 회사로 기업의 정확한 정보들이 상세히 공개되어있지 않지만 2010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최진민 회장 외 5인이 61.78%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 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매출 1조원의 주력 계열사인 귀뚜라미는 매년 매출액이 5천억 원 이상에 당기순이익도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고 있다.

2017년 기준 귀뚜라미의 매출액은 5,615억 원, 영업이익 813억 원, 당기순이익 301억 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 16.7%로 재무안정성이 상당히 높으며 현금성자산만 26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 최 회장, 부인이 대표인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비율 99.6%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나노켐은 귀뚜라미 계열사 중 한 곳으로 1991년 설립되어, 보일러 관련 부품의 제조 및 판매를 주목적으로 설립됐다.

나노켐 또한 비상장회사로 정확한 자료들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2010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 또한 최 회장의 일가가 상당수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을 살펴보면, 대표이사에 최진민 회장의 부인인 김미혜씨가 자리해 있으며, 사내이사엔 최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씨가 이름을 올려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나노켐의 내부거래금액은 해마다 증가해 2017년 기준 매출액 469억 원에 내부거래금액 467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비율이 99.6%에 달해, 일감몰아주기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현재 정부의 정책 및 경제민주화 흐름과 정반대로 배치되는 것이며, 언제나 경영원칙으로 ‘정직, 성실, 겸손’을 강조하는 최 회장의 언행과도 앞뒤가 맞지 않아 상당히 의아하며 주목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룹 내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비상장회사인 점을 이용하여, 지분율 등 주요정보를 교묘히 공개하지 않은 채, 계열사들을 최 회장 일가의 배를 불리는 사익편취의 일환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일가의 시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지불하는 지급수수료, 누구 주머니로 가나?

회계 계정 중 판매관리비 내에 지급수수료란, 상대방에게 서비스를 제공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처리하는 계정으로 각종 송금ㆍ결제, 특허권 사용료, 로얄티 및 법률·회계자문수수료, 강사료, 도메인 등록수수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러한 수수료 계정에 매년 귀뚜라미는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 기준 매출액 대비 2.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경쟁사인 경동나비엔는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 6,846억 원, 지급수수료 132억 원으로 지급수수료 1.9%를 지불하고 있어 귀뚜라미가 매출액 대비 좀더 많은 수수료를 지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점차 기술의 고도화가 이루어지는 보일러 업체의 특성상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의 지급수수료는 대부분이 특허권 및 디자인권의 사용료이다.

이러한 사용료 지급에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자료: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경동나비엔의 디자인권 출원 주체는 손연호 회장을 비롯한 장남 손흥락씨가 전혀 등록되어 있지 않고, 전부 경동나비엔의 이름으로 출원되어 회사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회사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소 및 직원들의 발명에 대하여 일정한 보상을 해주고, 지적재산에 대한 권리는 회사가 권리를 승계하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귀뚜라미의 경우 전체 출원건 수 531건에서 회사이름으로 등록된 것은 97건에 불과하고 최 회장 본인이 409건, 장남 최성환씨가 25건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 등록건수 중 81.7%를 최 회장 일가가 차지하고 있어, 일반적인 기업행태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권 또한 일반재산권으로 이를 이용하는 자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경동나비엔이 지급수수료로 회장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없는 반면, 귀뚜라미는 지급수수료를 통해 회장일가로 매년 막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 2014년 전직 연구원들의 ‘직무발명보상금’ 10억 원 규모 소송…귀뚜라미의 특허 가로채기인가?

또한,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2014년 3월 전직 귀뚜라미의 전직 연구원들은 귀뚜라미를 상대로 재직 당시 자신들이 발명한 신기술 에 대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라며 10억 원 규모의 귀뚜라미보일러와의 소송전이 벌어졌다.

당시 이들의 주장으로는 최 회장의 장님인 최성환씨는 철학과 출신으로 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음에도 19살 때부터 특허 출원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자신들은 한 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했지만, 최 회장 일가는 연간 70억 원 규모의 사용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최 회장 일가가 직원들의 ‘직무발명’을 가로채, 자신들의 사익추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 회장은 평생을 보일러 한 우물만 판, 정직하고 기업가 정신을 갖춘 장인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감몰아주기’와 직원들의 발명을 가로채는 탐욕스런 기업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리 국민은 귀뚜라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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