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강제징용 대한 개인청구권 1965년 소멸 기존 입장 번복… 아베 총리, 일본 기업에 “배상 거부 지침”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유사한 배상청구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과 관련해 장기간 유보됐던 식민 지배 불법성 여부에 대한 한일 양측 간 입장이 다시 한 번 대립될 것으로 보여 한·일 관계 추가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 지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일제 강제징용 피해 소송, 13년 만에 승소 확정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30일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전범 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 4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같은 판결은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필요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활용된 박정희 정권에서 맺어진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 식민지배 피해 당사자의 동의가 없었던 점을 근거로 하여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취지가 담겼다.

대법원은 피해 배상을 거부한 일본 판결이 우리 헌법 가치 및 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본 법원 판결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원심의 판단은 관련 법리에 비춰 모두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한일협정 내 청구협정의 적용대상엔 이 씨 등이 구하고 있는 위자료 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 씨 등이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하는 게 아니다.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과 관련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의견도 있다. 
선고 시기가 상당 기간 늦어졌고 소송을 냈을 당시 원고는 4명이었지만 현재 이 씨 한명만 생존해 판결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이씨는 이날 “혼자서 승소 소식을 듣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며 “세 사람이 먼저 갔다는 사실도 오늘 이 자리에서 알았다. 지금 그 사람들이 가장 생각난다. 너무 기쁘고, 슬프다”고 말했다.

강제 징용 유사소송 승소 가능성 들여다보는 시각도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주면서 유사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의 승소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된 강제징용 관련 소송은 모두 15건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을 심리 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 23명은 2013년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도 2015년 광주고법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다만 두 소송 모두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로 대법원은 지난달 10월 10일 두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을 들어준 만큼 유사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해서도 승소 가능성을 주시하는 시각이 높아졌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신일본제철 소송과 같은 법리 관계를 적용해 원고 승소 판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일한 청구권 협정’ 들어 배상 문제 회피 입장

반면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배상 여부에 관한 큰 험로가 예상된다. 
신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30일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에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서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의연하게 대응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피해자들을 징용공이 아닌 노동자라는 데 사실상 억지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신일철주금 모집에 응했기 때문에 징용이 아니라는 이유를 관철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더불어 징용 관련 소송에 걸려 있는 기업 70여 곳에게 지침을 주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침 내용은 모두 “배상과 화해 모두 하지 말라는 것”, “소송은 측면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특히 “일본 정부는 앞으로 국제재판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히 대응해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외교 협상 과정을 거쳐 제3국 위원이 포함된 중재위원회와 국제사법재판소(IJ) 제소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일본은 1965년 박정희 정부 시절 한·일 청구권협정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일 협정은 박정희 정부가 일본 식민 통치 지배와 그 과정의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불법 행위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써준 각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재판 고의 지연으로 인해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점 또한 현실적인 배상 가능성을 높게 들여다보지 못 하고 있는 정황으로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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