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과 달리 채용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공공기관이 시대착오적인 채용 비리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용비리 문제는 다수 공공기관과 공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어 심각성이 더욱 증폭된 상황으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대책 추진 동력으로 고용노동부 지침 개정에 대해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것만으론 산재한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어려워 법 개정 필요성과 공공기관 채용 가이드라인 강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 국립공원관리공단, 엉터리 채용 의혹

복수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신입직원 채용 공고에서 채용 담당자가 제멋대로 채용 절차를 바꿔 억울한 탈락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신입직원 채용 공고에서는 입사지원서에 적은 자격증 등을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뒤 제출하라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채용은 공고와는 다르게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증빙서류 제출 시기가 필기전형 이후로 늦춰지면서 서류전형에서 불합격 처리해야 할 2명의 지원자가 필기시험을 치러 합격한 것이다.

결국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공단은 2명을 탈락시켰지만 실제 필기전형에 선발돼야 할 다른 지원자 2명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4년에는 탈락해야 할 지원자 3명이 동점자라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합격시킨 사실도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애꿎은 지원자들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공단 관계자들은 징계 대신 경고 조치를 받는 수순으로 마무리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지난해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 2명을 서류 전형에 합격시키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4년이 지나서야 진행되는 뒤늦은 수습방식에 국민들의 비난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 여성 응시자 불합격 처리한 ‘성차별 채용’ 공기업도

여성 응시자를 공개채용 절차 과정에서 불합격시킨 공기업 채용비리 사례도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강조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선이 더욱 시급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여성 응시자를 불합격시키려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기동(61)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지난 4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1월과 2016년 5월 진행된 공개채용과정에서 인사담당자 A씨 5명과 공모해 임의로 면접전형 순위를 조작, 부당하게 직원을 뽑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면접전형 결과표에 나온 점수와 순위를 조작하라고 지시했고, 인사담당자들은 면접위원을 찾아가 이미 작성돼 있던 면접 평가표 순위를 바꿔 재작성 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응시자 31명의 면접 점수가 조작되면서 불합격 대상 13명이 합격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합격 순위에 들었던 여성 응시자 7명은 불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사장은 평소 업무 스타일을 고수하기 위해 채용 절차에서 남성 직원을 선호함으로써 이 같은 채용 비리가 불거진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면접점수를 조작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직원 채용이 이뤄지도록 해 공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며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친·인척 채용비리 못지않게 성차별 채용 비리 문제 또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역시 성차별 채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성차별 채용으로 인해 엄중 처벌을 묻는 시위 등 관련 담론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할 법 개정 요구돼

현재 공공부문 채용비리 감시에 대한 감독 권한은 해당 기관과 주무부처, 지방자치단체에만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내놓은 공공부문 채용 절차 관련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고용노동부 역시 전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감독할 권한이 없어 채용비리를 막기 위한 구속력이 약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 채용비리를 막기 위한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담보 형식의 법률이 우선적으로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 공공기관 채용비리 추진단 출범..채용비리 근절 단초 될까

취업난 속에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공공기관 마저 채용비리가 잇따르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한계점을 찍으면서 정부도 채용 비리 적폐에 강력한 시정 칼날을 들이댔다. 
정부는 2일 국민권익위와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하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근절 추진단’을 출범했다.
추진단은 권익위 부패방지 분야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총괄팀, 제도 개선팀, 신고센터로 구성됐다.
올해 전수조사는 6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간 14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비정규직 전환 사례와 지난해 진행된 채용비리 전수조사 이후 이뤄진 모든 신규 채용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338개 공공기관, 행안부를 중심으로 847개 지방 공공기관, 권익위를 중심으로 268개 공직 유관단체 등 총 1453개 기관이 조사대상이 된다.

권익위는 적발된 채용비리를 수사 의뢰하는 동시에 채용비리절차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해서는 재시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밝혀 구체적인 채용 비리 피해구제책도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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