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오랜 공백을 깨고 북미고위급회담 개최 시점과 장소를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회담 장소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지며 5개월여만의 채널 재가동에서 어떤 논의가 오고갈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4일(현지시간)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번 주에 나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뉴욕에서 만날 예정”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폼페이오는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았고 미국에 유해도 돌려줬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난 6월 이후 몇 개월 만에 성공을 거뒀고 앞으로도 진전을 이룰 것이다. 뉴욕에서 또 다시 논의를 진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北 ‘병진 노선 복귀’에 폼페이오 “나는 레토릭에 걱정하지 않아”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김 부위원장을 만날 것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북한 외무성이 논평을 통해 핵무기 개발·병진 노선 복귀를 시사하며 제재완화를 강하게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나는 레토릭(수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협상을 하면서 이러한 것을 보아왔다”며 “우리는 매우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누구와 협상하고 있는지 그들의 입장이 뭔지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입장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2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 권정근 명의로 발표한 논평을 통해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외무성의 논평은 눈길을 끌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선 검증 후 제재해제’ 입장을 거듭해서 분명하게 밝혀왔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 입증 전까지 제재해제는 없다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완전한 비핵화 뿐 아니라 그것이 이뤄졌다는 것을 검증할 우리의 역량을 갖는 것 역시 경제적 제재해제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 북미 줄다리기 ‘팽팽’…폼페이오-김영철 만나면 비핵화 윤곽 나올까

북미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물밑에서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일정은 물론 비핵화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영철 서강대학교 교수는 cpbc 카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고위급 회담의 주요 의제는 역시 비핵화와 관련된 문제”라며 “고위급회담이 열리게 되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일정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인데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초에 늦지 않게 열리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고, 이에 대해 북미가 조율을 하는 과정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20여일 정도의 침묵을 깨고 공개 행보에 나선 것과 관련해선 “아마도 북미 간 물밑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이나 영변 핵시설 폐쇄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 그리고 여기에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 등에 대해서 북미가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 이번에 있게 될 고위급 회담을 통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간선거(11·6) 직후 열릴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는 시점은 8일~9일 정도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주 후반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7일 도착 후 8일 본회담 가능성도 언급된다. 

도착한 날 만찬 회동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김 부위원장의 1차 방미 때도 만찬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또한 북미 실무협상 채널의 재가동에도 눈길이 끌리면서 회담의 방식과 의제 등 5개월여만에 가동될 ‘폼페이오-김영철’ 채널에 대한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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