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사설]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동걸 산업은행장에 대해 한국GM과 관련하여 날 선 공격이 이뤄졌다.

한국GM이 R&D 부문을 기존의 법인과 분리 신설한 사건을 두고 지상욱 바른 미래당 국회의원은 “이번 사건은 제2의 론스타 사건이며 GM이 지난 5월 산은과 계약을 맺을 때부터 먹튀를 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공격의 날을 세웠다.

국감장에서 먹튀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산업은행이 한국GM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손해를 보는 경우 GM도 4조원을 손해 보기 때문에 먹튀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되지 않는다.”며 먹튀 논란을 방어했다.

이 회장의 답변은 산업은행이 한국GM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GM이 산업은행과의 합의를 위반하여 철수를 강행할 경우 4조원의 손실을 각오해야 하므로 GM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먹튀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감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하기로 했던 자금을 계획대로 출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루어졌는데, 이 회장은 합의대로 출자할 계획이지만 국민적 반대가 있을 경우 합의 자체를 백지화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산업은행은 GM과 합의한 7억 5000만 달러 중 3억 7500만 달러를 지원하였고, 연내에 남은 3억 75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인데 이 부분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선제적으로 3억 7500만 달러 지원을 철회할 경우 합의가 무효화되고 GM의 추가 투자 의무도 사라지며 합법적으로 한국 철수를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지원을 철회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GM의 한국 철수를 논하기는 시점이 이르지만 산업은행 배제는 분명한 잘못

한국GM이 R&D 부분을 제조 부분과 분리하여 신설 법인을 세운 것에 대해 GM 노조를 중심으로 GM이 한국 철수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GM 측은 R&D 부분을 분리한 것은 중소형 SUV등 신차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중국의 경우 연구 법인과 제조 법인이 분리되어 있음에도 철수 논란이 없으며 5000만 달러의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철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평가되는 연구 개발 부분과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되는 제조 부분을 분리시킨 점은 향후 GM이 한국 철수를 결정할 때 GM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될 것은 분명하다. 이는 제조 부분은 매각 등으로 적자를 해소하고 연구 개발 부분은 유지하여 GM 전체의 R&D 역량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GM 철수를 전망하기에 그 시점이 이른 것도 사실이다.

산업은행과 GM의 협약 관계가 유지되는 이상 GM은 한국GM에 추가 투자를 해야 하며 10년간 국내 생산을 유지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만약 합의한 기간 이전에 한국에서 철수를 한다면 GM은 협약 파기로 인한 손실을 전부 떠안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산업은행이 한국GM에 출자한 자금도 산업은행에 반환해야할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GM의 한국 철수를 전망하는 것은 이르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 이사회에서 연구 개발 법인의 분리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 분리를 강행한 것, 산업은행 대리인이 주주총회에 참석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한국GM의 분명한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GM이 1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경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산업은행의 추가 투자를 받은 것은 사실이고 이는 전적으로 경영적 판단이라기보다는 한국의 고용상황과 어려운 자동차 산업을 측면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강한 투자였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한국GM이 파트너인 산업은행을 의사결정에서 배제한 것은 산업은행 뿐 아니라 한국 GM 투자에 찬성했던 한국민들에게 다소 모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향후 한국GM이 한국 내수 시장에서의 판매, 추가 지원 부분에서 분명히 마이너스로 작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GM이 산업은행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수 주주이기 때문에 GM이 의사 결정권을 행사한 것을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파트너인 산업은행에 대해 다소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한국GM의 미래에 있어서 좋게 작용할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GM, 산업은행, 한국GM 노조…같은 배를 탄 입장

한국GM이 연구 개발 법인을 분리시킨 것에 대해서 한국 내에서 다소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이 문제에 관해 산업은행을 몰아세우며 날을 세웠고, 산업은행 또한 GM과 맺은 합의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한국GM의 연구 개발 법인 분리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GM의 조치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의원들과 산업은행에 국한되지 않았는데 그 중의 하나인 인천광역시는 한국GM에 임대했던 청라 시험주행장 부지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지는 2004년 한국GM에 30년 무상 임대, 추가로 20년 사용할 수 있는 파격 조건으로 한국GM에 대여했는데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을 꾀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였다.

그와 같은 특혜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GM이 한국민의 정서와 반하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 조치를 강행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인천광역시는 해당 부지의 대여 철회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한국GM 노조는 연구 개발 법인 분리 결정에 대해 국회 앞 결의대회, 청와대 앞 노숙투쟁, 간부 파업을 실시하는 등 가장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금 냉정한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에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GM이 연구 개발 법인분리를 강행한 것은 명백한 잘못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논란만 키울 뿐이라며, 한국GM을 질타했지만, 한국GM, 산업은행, 노조 등 이해당사자와의 협력을 통해 이번 갈등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각 주체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GM, 산업은행, 노조, 한국민 모두 한국GM이 발전할 경우에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자동차 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로 인해 한국GM의 제조 부분에서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한국GM의 판매량이 회복되고 흑자로 전환된다면 한국 철수보다 한국GM을 유지하는 것이 GM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GM으로서도 한국 철수 결정은 손실을 줄인다는 것이지 향후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산업은행도 제2주주로서 한국GM의 경영이 정상화 되어야만 투자금 회수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우에 따라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노조도 한국GM 경영이 정상화되면 고용 안정과 더불어 임금 인상까지 기대할 수 있으며 한국민 또한 한국 GM의 발전에 의한 경기 호전 등의 부가효과를 누릴 수가 있다.

따라서 각 주체는 한국GM 경영 정상화라는 목적지를 가진 배를 함께 탑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GM과 산업은행의 합의가 유지되는 이상 10년의 시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귀중하고 길지 않은 시간동안 서로 반목하며 결국 한국GM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것인지 아니라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여 한국GM의 경영을 정상화할지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각 주체들의 몫이다.

서로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한국GM을 되살리는 것이 각 주체가 남은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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