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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오피니언] 일본의 한국조선산업 지원에 대한 WTO 협정 위반 주장은 ‘적반하장’ 격이다
염정민 기자  |  2580@newswor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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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8  11: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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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한국 정부가 WTO의 보조금협정을 위반하고 자국의 조선 산업을 지원하여 저가 수주를 조장했기 때문에 일본 조선 산업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적반하장 격에 불과하다.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오피니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6일 일본이 제네바 주재 대한민국 대표부를 통해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절차상의 양자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WTO의 보조금협정을 위반하고 자국의 조선 산업을 지원하여 저가 수주를 조장했기 때문에 일본 조선 산업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에 의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성동조선해양 및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등에 관여한 것과 현대상선의 선박 건조 금융계약,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른 선박 건조 지원, ‘조선 산업 발전전략’에 따른 친환경선박 건조 지원 등을 놓고도 WTO의 보조금협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핏 보면 일본 정부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부가 정책 금융을 통해 구조조정을 지원한 것과 선박 건조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는 것은 일본 정부도 과거에 했었고, 최근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반하장이라는 격언이 생각나게 한다.

대우조선해양 등의 지원과 구조조정에 관여한 것이 협정 위반이라는 것에 대해

산업은행 등이 대우조선해양 등에 금융적 지원과 구조 조정에 관여한 것이 협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과거 일본 정부도 동일한 정책을 시행했음을 지적한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2009년 7월 1일 일본 정부가 엘피다 메모리의 공적자금 지원요청을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2009년 보도 당시 일본 최대 D램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었던 엘피다 메모리는 산업재생법에 의거하여 일본 정책 자금 은행으로부터 300억 엔(당시 약 4천 20억 원)규모의 투자를 제공받았으며 민간 은행의 금융지원 부분까지 포함하면 총 1천 600억 엔(당시 2조 1천 2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또한 2012년 12월 1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참여하는 투자기관 산업혁신기구(INCJ)와 도요타, 닛산, 캐논, 파나소닉 등 8개 대기업이 제3자 할당 증자 방식으로 총 1500억 엔(당시 약 2조원)을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에 수혈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즉 일본이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등의 금융 지원과 구조조정 관여를 문제 삼는다면 자신들이 먼저 행했던 금융 지원과 구조조정 관여의 성격이 한국의 것과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이와 같은 문제로 2002년 WTO에 제소된 적이 있는데 유럽연합은 1996년부터 한국 정부가 자국 조선사에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해 유럽 조선업계가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2002년 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지만 2004년 WTO는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당시 한국 채권단은 대우 조선 해양 등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기업회생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국제 변호사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의 조선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제작금융, RG) 및 기업 부문 구조조정 조치를 원칙적으로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일본의 WTO 제소는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밝혔다.

선박 건조에 관한 금융 지원이 협정 위반이라는 것에 대해

일본은 지난 5월 한국 금융권의 RG 발급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일본 정부도 자국의 조선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정책을 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RG는 선수금 환급 보증을 의미하는데 선박을 발주할 경우 발주사는 조선소에 선수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조선소 측의 잘못으로 선박이 인도되지 못하는 경우 조선소는 발주사에게 선수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이 선수금 반환 의무를 제3의 금융기관이 보증하는 것을 RG라고 한다.

한편 일본에는 JBIC(Japan Bank of International Cooperation)이라는 일본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정책 금융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일본의 수출입이나 해외 자원 개발 등에서 일본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보통으로 우리의 수출입 은행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

이 JBIC는 일본 조선소들을 지원하기 위해 Buyers Credit을 지급하고 있는데 Buyers Credit이란 수출국(일본) 은행이 수입업자(일본 조선소에서 선박을 발주한 사람)에게 직접 신용을 부여하거나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JBIC는 2018년 1월 5일 대만의 TTM(Ta Tong Marine) 그룹이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IMABARI SHIPBUILDING CO., LTD)에 발주한 24만 1,000 DWT급의 광석 운반선을 구매하는데 관련한 대출 계약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이 대출 계약은 일본 조선 협회와 공동으로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의 수출을 위해 체결되었다고 밝혔다.

JBIC가 정책 금융을 제공한 것은 1건에 그치지 않는데 2017년 7월 21일에는 칠레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덴마크의 Ultrabulk 그룹이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에서 건조된 3만 8000 DWT급의 벌크선 2척을 구매하는데 JBIC 부담분만 미화 1410만 달러에 달하고 총 금액은 대략 283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 계약에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2017년 1월 12일에는 JBIC가 홍콩에 본사를 둔 TCC(Tai Chong Cheang Steamship Group) 그룹에 일본 나무라 조선소(Namura Shipbuilding Co., Ltd)가 건조한 114,700 DWT급 유조선 2척의 매매와 관련된 대출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일본은 자국 조선소에 발주를 의뢰한 해외 기업들에게 Buyers Credit을 제공함으로서 일본 조선 산업에 대해 측면에서 금융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일본은 한국이 해외 발주 기업들에게 선수금 반환 보증을 하는 것이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본 자신도 해외 발주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만 “너도 하니까 나도 한다.”는 논리로는 승소할 수 없다. 위에서 열거한 논리들은 소송에서 써 먹을 수 있는 법리라기보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의 주장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논리일 뿐이다.

일본 정부가 공식 절차를 밟은 이상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특히 소송에 들어가면 일본 정부는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한국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리 분석과 그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도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모든 관련 부처가 연합하여 총력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국민들도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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