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일본 방송이 한류 아이돌 그룹 BTS를 출연 금지시킨 것을 두고 일본이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유감의 생각이 든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피해망상의 일환으로 인정하고 싶은 일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이 일종의 가해 주체가 되는 사실을 의식할 경우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리어 피해자인 척 한다는 얘기다.

일본이 그렇다. 일본은 전범에 대한 역사와 애착이 상당한 나라다.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A급 전범들을 신으로 여겨 일본 지도층이 참배를 하고, 전범 역사가 살아 있는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신사 자체를 하나의 관광콘텐츠로 희석해 자신들의 유구한 역사로 내세우고 있다. 오히려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전범 역사에서는 피해국이 된 다른 국가의 고통은 철저히 묵살, 배제되어 있다. 전범의 역사적 산물이라 할 법한 증거나 상징물, 콘텐츠 등의 경우 오로지 일본의 기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BTS 출연 금지 사태에서도 이 논리가 적용되어 있어 그들이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다.

전범 역사를 지닌 나라들은 피해국의 인식을 존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런 보통의 인식조차 비켜나간 채 자신들의 국가적 이미지만을 걱정하는 방어기제를 펼치고 있는 일본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전범 피해국이 전범 역사가 포괄된 역사를 추념하고자 하는 일에 늘 그래왔듯 이분법적 논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일본 방송국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연이어 거부한 일, 일본 우익으로부터 연일 항의가 오가는 일 등은 한국 정부에까지 닿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은 일본이 ‘제 우물에 침 뱉기를 시전하고 있는 일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인기 한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일본 음악 프로그램 출연에 취소당했다”라는 소식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외신은 방탄소년단이 일명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출연이 거부된 사실을 세세히 보도하면서 일제강점기 상황까지 상세히 조명해 일본의 전범 행위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폭제가 된 모습이다.

CNN이 이날 공개한 ‘원자폭탄 티셔츠에 대한 분노로 BTS 일본 공연이 취소됐다’는 제목의 보도에 따르면 “과거 한 멤버가 입은 티셔츠가 논란이 됐고 결국 일본방송으로부터 출연이 취소됐다”며 “일본과 한국의 전쟁 역사는 양국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또한 “수백만의 한국인은 일본의 점령으로 고통을 겪었다. 일본이 2차 대전 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공격을 당한 후 해방될 수 있었다”고 심도 있게 전했다.
결과적으로 외신들이 일일이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취소 뒤 배경을 조명하는 모습은 일본의 국제적 위상과 쌓아올린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멤버가 입은 티셔츠는 일명 ‘광복절 티셔츠’로 일본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우리 국민의 역사적 순간을 사진으로 촬영한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일본 히로시마 지역에 원자폭탄이 터지는 모습이 티셔츠에 새겨진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되긴 했지만 두 가지 이미지는 일본이 분개하는 “일본 역사를 우롱하고 폄훼하는“ 의도로 국제 사회에 받아들여질 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전범과 식민 통치에 희생당한 한반도의 시련은 팩트다. 피해국의 입장은 쏙 빼놓고 국제적 이미지 손상을 걱정해 분개하는 모습은 일본이 일본만의 전범 논리를 강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격이다.

일례로 지난 평창올림픽에서는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니시 노부유키 선수가 욱일기 모자를 쓰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정작 그 선수는 “스위스에서 산 모자다. 나쁘다는 인식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에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일본 국가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전범 상징물을 사용할 때에 대해서는 피해국의 시선 따위는 부정한 채 민감치 않은 반응을 나타낸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일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등 외교적 시련이나 분쟁을 번복하는 일이 좋지 못 하다는 일이다.

하지만 일본이 전범 역사를 소비하는 이분법적 논리에 관해 우리 역사를 감추고 눈치를 보거나, 드러내지 못 하는 일이 나와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 일 또한 우리 역사의 유구한 영속성이다. 역사적 시련을 잊은 국가는 본질이 왜곡되지 않은 굳건하고 희망찬 미래를 후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외교 관계를 우려할 사건으로 바라보기엔 어렵겠다. 역사적 시련을 기억하고 추념하는 일은 굳건한 역사의식을 지닌 국민들이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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