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이식용 장기 개발 위한 잡종 배아 연구, 착상 여부 등 논의 필요

▲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뉴스워커_기획]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이란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나 세포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아닌 원숭이, 돼지와 같은 동물의 장기나 세포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종이식을 시도한 역사는 꽤 오래된 편이다.

1628년 이탈리아 파두아와 영국 런던에서 동물의 혈액을 사람에게 수혈한 기록이 있는가 하면 1682년에는 두개골이 손상된 러시아 귀족을 치료하기 위해 개의 뼈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이종이식 시도는 그리 최근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1960년대 이전의 이종이식 시도는 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식 시도는 전부 실패로 돌아갔고 동물의 장기나 세포를 이식을 받은 환자들도 전원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1963년에 와서야 미국인 토마스 스타츨이 개코 원숭이의 신장을 6명의 환자에게 이식하여 환자들 중 오래 산 이는 98일 동안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 툴레인 대학의 케이스 림츠마 교수는 침팬지의 신장을 환자에게 이식했는데 해당 환자는 9개월 정도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이식 초기 단계에서 실패율이 높거나 생존기간이 짧은 이유로는 사람에게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나 세포를 이식했을 때 환자의 인체에서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면역거부반응이란 인간 신체의 방어 시스템 중 하나로써 외부의 이물질이 인간의 신체에 유입될 경우 그 이물질을 공격하거나 배출하려고 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분석결과에 근거하여 이종이식 성패는 면역거부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진들은 면역거부반응 조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연구 초기에는 면역억제제와 같은 화학적 약물을 투입하여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교정 기술의 이용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거나 면역과 관련된 단백질을 인간화하여 환자에게 이식되어도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려는 방향으로 주류의 흐름이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한 이식용 이종장기 개발에서 앞서나가는 미국, 일본

현지시각으로 2017년 1월 26일 미국 솔크 생물학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소속 연구팀은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주입해 ‘인간과 돼지의 잡종 배아’를 만들었다고 생물학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1천500개의 돼지 배아에 40명 이상의 사람으로부터 채취해 배양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했는데 이때 유전자 교정에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법이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돼지 자궁에 착상시켜 3~4주간 성장시켰는데, 연구팀의 책임자인 벨몬테 교수는 “이 정도의 기간이라면 인간과 돼지 세포가 어떻게 결합되는지 관찰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지만 키메라(인간과 돼지의 잡종)에 대한 윤리적 우려는 접어둘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라며 윤리적 문제를 고려했음을 강조했다.

벨몬테 교수는 잡종 배아에서 인간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으며, 잡종 배아에 주입된 인간 줄기세포는 중추신경계로는 발달하지 않고 근육세포 등 다른 기관으로 발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잡종 배아를 인간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윤리적 문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2018년 1월에는 도쿄 지케카이 의대, 메이지 대학과 일본의 의료 벤처기업인 바이오스 등이 돼지 태아의 신장 배아에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해 이종이식용 신장을 만들어내는 연구를 시작할 것으로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연구는 환자의 유전자를 이용해 맞춤형 신장을 만들 계획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시각으로 2018년 2월 18일 스탠퍼드 대학과 도쿄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전미과학진흥협회에서 인간 줄기세포를 양과 염소 배아에 접목해 3주 동안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여 미국과 일본은 이종이식용 장기 제작에 관련한 연구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월 27일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의 생명윤리회가 인간과 동물의 잡종 배아를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연구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그 동안 일본 정부가 잡종 배아를 14일간 배양하는 것만 허용하고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을 금지해온 방침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보도된 내용대로 그간 금지되었던 잡종 배아의 착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면 이종이식용 장기 개발 연구에 적지 않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잡종 배아 허용 VS 불허 입장 팽팽히 맞서지만 논의 필요도 제기

이론적으로는 인간의 유전 정보 특히 환자의 유전 정보를 이용하여 이종이식에 필요한 장기를 만들 경우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고 해도 유전자 단위에서 인간의 면역체계가 이물질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종장기에 비해 그 효과가 좋다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계에서는 성공률이 높은 장기 확보라는 측면에서만 볼 때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한 이종장기 연구 개발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고, 이는 잡종 배아에 관한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잡종 배아 연구를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동물과 사람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인수 공통 감염 병의 감염 위험성 또는 돌연변이로 인한 치명적 세균, 혹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후 바이러스를 비롯해 어떠한 세균에도 감염되지 않은 무균 돼지와 같은 무균 동물을 생산하는데 성공하여 이에 관한 위험성은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이식 받은 동물이 어떤 존재로 성장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마이니치 신문에 의하면 일본의 생명윤리회는 기술 개발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잡종 배아 연구와 착상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편 한국은 생명윤리법 제 21조에 잡종 배아 연구와 착상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웃 일본이 그간의 입장에서 선회하여 잡종 배아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한국의 입장은 더욱 난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이 적극적으로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한 이종이식용 장기를 개발한다면 한국 환자들에게 해당 장기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 한 한국 혼자서 연구를 금지시켜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의학계를 포함한 관련 업계와 정부, 국민들은 잡종 배아 연구를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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