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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숙명여고의 성적 조작 사건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학종과 교육계 신뢰도에 큰 금이 간 모습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두 딸에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 딸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각종 커뮤니티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숙명여고 성적 조작 의혹’에 대한 여러 주장이 등장한지 3개월 만이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기재된 정답표와 쌍둥이 자매 중 동생 휴대폰에서 발견된 2018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다. 쌍둥이 자매는 ‘채점을 위해 적은 것’이라며 진술했으나 채점을 위해서라면 굳이 작게 적을 필요가 없다는 점, 쌍둥이 딸이 같은 오답을 적어낸 경우가 몇 차례 있음을 확인한 것이 경찰이 판단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다.

모든 의혹이 실체로 드러나자 대중들은 쌍둥이 자매가 학교에 직접 자퇴서를 제출한 사실에 공분하고 있다. 자퇴가 아니라 ‘퇴학’ 조치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퇴를 직접 했을 때는 자퇴 직전 학기인 2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은 그대로 유지돼 다른 학교에 편입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성적 변화가 없다.

퇴학의 경우에만 쌍둥이 자매로 인해 공정한 성적을 얻지 못한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올바른 위치를 찾게 돼 전교 2등이었던 학생은 1등으로 변화된다.

이번 숙명여고 사태 외면은 학부모와 학생의 관계. 즉 부녀 관계가 직접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무엇보다 교육기관의 신뢰에 금이 가고 학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사건이기에 파장이 크다.

더욱이 여러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교무부장이 자녀의 시험에 개입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지만 교무부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학교측에서도 즉각적으로 나서지 않는 태도를 보여 그동안 다른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받아야만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시 비중을 낮추고 정시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신이라 불리는 고교 시험제도가 이번 사건으로 더 이상 무결하고 공정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무너진 교육계 신뢰에서 나타나는 반응인 것이다.

내년 대입 수시전형 비율은 76%, 내후년 77.3%다. 수시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종 비리 의혹이 진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수시 절차가 모두 납득할만한 공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보증은 없다.

신뢰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수시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입시 전형 자체의 비리를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전국 여러 곳에서 시험지 유출 사례가 나왔기에 숙명여고 사태는 단지 수면 위에 떠 오른 극히 일부분일 뿐이란 비난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상피제 도입 방침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시험지 유출로 국민들의 불신감이 큰 상황에서 오해 소지를 없애겠다는 목적이다.

정시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숱하게 제기되어온 바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시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말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유도책에 불과했고 올바르고 공정한 입시 전형에 대한 명확한 개선 의지는 쏙 빠져 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입시 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비리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내신 관리에 대한 제도적 허점을 손보지 않고서는 대학 입시 공정성을 회복하기 어렵다. 시험만이 가장 공정한 방식이라 믿어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체감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부도덕에 의한 일탈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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