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협상 초안 작성에 동의했다. BBC는 13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며, 영국 총리실이 성명을 통해 테이사 메이 총리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오후 EU 탈퇴 협정 초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내각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 협상 초안 작성에 동의했다. BBC는 13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며, 영국 총리실이 성명을 통해 테이사 메이 총리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오후 EU 탈퇴 협정 초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내각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29개월 만에 협상초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 내 비준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내부에선 초안에 내용에 반발하고 있고, 국민투표를 다시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최대 쟁점이었던 ‘아일랜드 국경문제’ 합의한 듯

BBC 등 영국 언론은 1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하면서, 영국과 EU가 집중적인 협상 끝에 ‘실무적 수준(technical level)’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 RTE 방송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 합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아일랜드 국경문제 해결책과 관련해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국경문제와 관련한 최대 쟁점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 문제였다. 즉, 국경 통과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문제인데, EU와 영국 양측은 이를 피하기 미래 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에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관세동맹 종료 권한’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면서 전체 브렉시트 협상 자체에 걸림돌이 됐다. 영국은 관세동맹 잔류는 일시적이어야 하는 만큼 영국이 원할 경우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조항을 협정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EU는 영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동맹에서 빠져나갈 수 없으며, 관세동맹 잔류 여부는 공동의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이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BBC와 아일랜드 RTE 방송 등의 언론의 보도를 비춰봤을 때 이 부분에 대해 양측이 합의했다는 뜻이 된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3월 말까지 현상태를 유지하고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2020년 말까지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관세 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접근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EU탈퇴협정 초안에는 이같은 아일랜드 국경문제 해법과 역내 거주 상대방 국민의 지위, 390억파운드(57조원)에 달하는 EU 탈퇴에 따른 분담금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 영국 의회 반발 거세, 최종 브렉시트까지는 여전히 험로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아일랜드 국경문제에 대해 EU와 영국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RTE 방송은 ‘전체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됐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EU를 대표해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미셸 바르니에 수석 대표 측은 브렉시트 협상 초안에 합의했다는 영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아직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 합의를 공식 발표할 경우 이달 중 EU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해 이를 승인하게 된다. 하지만 EU내부에서도 영국 브렉시트에 대해 찬반의견이 팽팽한데다, 영국도 마찬가지여서 의회 비준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EU와 영국간 최종 합의까지 험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EU와의 경제 관계를 중시하는 메이 총리가 당분간 분담금을 내며 EU 시장에 잔류하는 ‘체커스 계획’을 제안했을 때 야당뿐만 아니라 집권당인 보수당에서도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렉시트 초안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경파 의원들은 협상 내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완전힌 단절을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며 외무장관직까지 사임했던 보리스 전 장관은 ‘알려진 합의안대로라면 영국 의회가 자국 법률에 발언권을 갖지 못하고 EU에 종속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대표는 합의안이 나라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반대투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고, 보수당과 연정을 꾸리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측도 브렉시트 합의안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집권당 내 ‘유럽연구단체(ERG)’ 수장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이번 합의안은 ‘실패’이며 ‘이 합의안이 영국을 갈라놓을 것’라고 반발했다.

한편 EU에 잔류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국민투료를 다시 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랫동안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는 지난 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 2018'에 참석한 자리에서 ’여전히 브렉시트를 멈출 시간이 있다며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고 말했다. 또 영국 변호사 1400명은 지난 5일 테레사 메이 총리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고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에 있는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브렉시트 반대하고, 재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EU와 영국 간에서는 초안에 합의했지만,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를 원하는 자들도, 브렉시트를 원하는 않는 자들도 이번 초안에 반발하고 있어 최종적인 브렉시트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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