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 4명의 집단폭행으로 다문화 가정 중학생이 추락해 숨을 거둔 사건에 학교폭력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중학생 4명의 집단폭행으로 다문화 가정 중학생이 추락해 숨을 거둔 사건에 학교폭력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숨을 거둔 피해 학생의 패딩을 입고 경찰 포토라인에 선 가해학생의 모습이 공개되자 사망한 피해 학생은 단순 특수폭행뿐만 아닌 갈취, 협박 등에 시달렸을 것으로 내다보는 정황도 나와 안타까움 심경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학교 사회에서 불거지는 단순 학교폭력문제로 보는 것뿐만 아닌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폭력에 취약한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문제를 포착하는 기폭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 학생은 러시아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 자녀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차별과 따돌림, 폭행 등에 노출되어 온 배경이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의 이러한 배경이 집단폭력의 주된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학교폭력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집단폭행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다문화가정 자녀’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차별과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불거진 비극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 학생은 러시아인 엄마를 두고 있는 다문화·한부모 가정으로 러시아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초등학교 때부터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줄곧 놀림을 받아왔다는 배경 때문이다.

때문에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의 가족사 문제를 약점이나 차별로 삼고 폭행을 가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3일 오후 5시20분께 A군 등 4명은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B군(14)을 손과 발 등을 이용해 1시간20여분 폭행을 가해 옥상 아래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군은 오후 6시40분께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돼 119에 의해 병원으로 호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A군 등 가해학생들은 피해자 B군이 자신들 중 한 명의 아버지 외모를 험담한 것이 폭행의 동기라고 진술한 상황이다.

하지만 첫 경찰 조사 당시 가해 학생 A군 등 4명은 폭행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피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주장하는 등 진술이 여러 번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경찰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옥상으로 끌고 올라간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내밀자 그때서야 폭행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렇듯 가해 학생들의 진술이 번복되면서 처참한 집단폭력의 주된 원인으로는 피해학생이 다문화가정 자녀임을 약점으로 삼은 또래 학생들의 따돌림과 차별 등이 제시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 ‘상해치사죄’인가 ‘살인죄’인가…혐의 가르기 쉽지 않아보여

이번 사건의 쟁점은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을 밀칠 의도, 즉 ‘고의성’이 있었는가에 대한 여부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 학생 A군 등은 피해학생 B군이 “자살하고 싶다”라고 해 말렸고 피해 학생이 “스스로 떨어졌다”라는 진술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소견을 토대로 B군의 사망은 추락에 의한 것으로 판단해 검찰은 A군 등에 ‘상해치사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A군 등이 일부러 밀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살인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이에 지난 15일 YTN 보도에서 사건이 발생한 해당 아파트 경비원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드러난 정황에 시선이 쏠린다.

보도에 따르면 경비원 G씨는 “학생이 떨어져 있다면서 주민이 허겁지겁 왔다”, “‘다리도 만져보니까 얼음장 같고, 죽은 것 같다’고 주민들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해 학생이 추락 전 이미 체온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이기에 전문가는 “체온이 낮아진 것은 숨진 지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더불어 “사람의 체온이 36.5도하고 외부의 기온하고 차이가 심한 경우 체온이 빨리 내려가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1시간여 정도에 이렇게 얼음장같이 차가워졌을까”라며 피해학생이 스스로 뛰어내렸다는 사안으로 판별되는 현 사안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가해학생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으려면 피해학생이 스스로 뛰어내린 것이 아닌 가해학생에 의해 밀쳐진 ‘고의성 여부’가 먼저 파악되어야 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순 시신만으로는 밀쳐서 추락한 것인지 스스로 뛰어내린 것인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현재 가해자들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옥상에는 CCTV 등 증거자료가 없기에 살인 혐의에 필요한 고의성을 적용하는 데에는 법리적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해치사죄와 살인죄 중 형량이 훨씬 무거운 것은 살인죄다.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며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에 의해 처벌 수위가 낮아져 형량이 줄어들게 된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사람을 일컫는데,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가해학생들이 만 14세 이상으로 파악돼 촉법소년이 아닌 범죄소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범죄소년은 소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범죄가 중한 경우 검찰에 송치돼 일반 형법이 적용된다.

◆ 사각지대 놓인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폭력 실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취약한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격한 유입과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 사회로 급격하게 변모했지만 집단 이기주의 및 차별 등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따돌림과 차별로 이어지는 학교폭력 등 여러 위험요인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 9,389명이던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수는 2014년 67,806명으로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전체 초등학교 학생 수가 감소하는 추세와는 반대로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우리 사회에 녹아들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언어발달 문제, 신체적 외양 차이 등으로 한국 학생들의 ‘주류 집단’에서 밀려나 차별과 학교폭력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전국의 학교폭력 통계상에서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노출 가능성은 다른 학생들보다 더욱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다문화가정 학교폭력 및 따돌림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 지자체, 교육청 등의 협조로 학교폭력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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