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현 한국조선산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조선업 수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하고 세계 점유율 44%를 기록하여 세계 1위를 탈환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일감 부족과 금융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 조선사, 기자재 업체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소임이며 중소 조선사에도 초기 제작비 금융이나 선수금 환급 보증 지원 방안,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 지원 등 활력 제고 방안을 적극 강구해 줄 것을 각료들에게 당부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조선산업이 중국의 추격에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재도약하는 역량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14일 우리나라로써는 최초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이 거행된 사진이다.(청와대 제공)

이에 대해 일각에서 표현에 초점을 두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핵심은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각료들에게 분명히 공언한 것에 핵심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 조선업이 처해 있는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세계 조선업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어 한국 조선 빅 3도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물이 들어왔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고 고작 호황기의 1/5 정도 수주 실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과 달리 전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조선 산업이 열심히 발로 뛰어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기록한 수주 실적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한국 조선 산업이 사양 산업이 아니라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산업’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결과는 최근 수주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중국을 따돌리기까지 했기 때문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부터 일본 정부는 세계적인 불황과 한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에 대해 이른바 조선 산업은 사양 산업이라는 논리로 60여개에 달했던 도크를 20여개 수준으로 감축하였고 R&D 인원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1970년대 16만 명을 헤아리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09년에 이르러 1/3 수준으로 급감하게 되었고 기술진과 숙련공들의 유출로 일본 조선업은 핵심 역량에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후 세계 선박 발주는 크게 늘었지만 한때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기도 했던 일본 조선업은 20%대의 점유율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이에 대한 반사 이익으로 한국은 일본 조선업계의 빈자리를 파고들면서 2000년대에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2010년에 들어서자 후발 주자였던 중국이 저가 수주를 무기 삼아 한국을 밀어내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였으며 2017년까지 이런 경향은 지속된 것이었다.

한편 조선업 불황기와 중국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일본에서 주장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조선업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사양 산업이며 그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고 과거 일본 정부가 했던 것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주장이 정책으로 일부분 반영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 정부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선 산업을 사양 산업이라고 규정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일본은 후발 주자인 한국과 중국에 추월을 쉽게 허용했고 현재 점유율 3위를 유지하는 것도 벅찰 정도로 조선 산업 역량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물론 불황기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기업의 시도를 금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한다면 한국의 조선 산업이 자신의 핵심 역량마저 포기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

즉 과거 일본 정부처럼 조선소를 통폐합하고 인원을 줄이며 조선업을 연명시키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될 수 있는 한 경쟁력 있는 조선소를 유지하고 기술진과 숙련공을 포함한 핵심 인력을 지키며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조선업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회계 보고서에 표시된 숫자만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더 나아가서는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조선 산업을 측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겠지만 자력 생존이 힘들어 보이는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는 국가, 국민이 나서서 한국의 전략 산업을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군함, 해경 경비함과 같은 특수 선박의 발주, 국가 해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상선의 발주 등 조선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단순하게는 조선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경기가 악화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방지하여 국민 전체에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기를 겪고 있어 세계 1위의 중국마저 비틀거리고 있는 지금 한국 조선 산업의 역량을 현상 유지만 할 수 있어도, 2000년대 한국 조선업에 황금기가 도래했듯이 다시 한 번 한국 조선업은 날개를 달고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혈세를 투입하는 일이고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각 경제 주체가 조선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존망이 국가 존망에 중요한 문제임을 직시하고 개인이나 당파의 이익을 초월하여 한국의 전략 산업인 조선업 생존을 위해서 투명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면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가 한강의 기적을 이뤘듯이 우리의 조선 산업이 또 한 번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업은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핵심 역량의 중추인 설계진, 숙련공들을 포함한 인적 자원의 유지에 노력해야 하며, 노조는 극한 대립보다는 현재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공존의 자세에서 기업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측면 지원하는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냉정하며 투명한 판단으로 금융 지원, 선박 발주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역대급 불황 속에서 기존 세계 점유율 1위인 중국이 비틀거리고, 점유율 3위 일본이 힘겨워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이 불황이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격언이 있듯이 핵심 역량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면 가까운 장래에 한국 조선업이 도약할 가능성은 높다.

‘경쟁자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도약을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의지를 우리가 보이는 것’ 이것이 바로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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