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만든 피해액은 자그만치 30억 안팎.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속앓이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몰랐던 마이크로닷은 지금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모습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래퍼 마이크로닷이 과거 ‘부모 사기 의혹’으로 여론재판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사기 피해자 측의 글이 보도돼 논란이 커지자 마이크로닷은 이틀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중들은 불과 이틀 만에 사과로 입장을 번복한 그의 ‘진정성’을 문제 삼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닷을 향한 여론 재판이 거세지자 일각에선 마이크로닷의 ‘연좌제 책임론’까지 부상해 자식이 일정 부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의 프레임은 사기 혐의라는 치열한 진실게임에서 연좌제 책임론을 묻는 양상으로 옮아가는 모습이다.

◆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의혹’ 어떻게 불거졌나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의혹’은 지난 19일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과거 충북 제천에서 살던 시절 동네 사람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치고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이 한두 명에 불과했다면 사건은 쉬이 진정될 뻔 했으나 유사한 피해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돼 갔다.

또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피해자들은 마이크로닷 부모로부터 입은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중들에게도 ‘마이크로닷 측과 피해자 측 입장을 모두 들어보자’는 진실게임이 형성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21일 충북 MBC는 “마이크로닷 부모로부터 2000만원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A씨와의 인터뷰를 모두 공개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A씨는 “몇 년 전부터 여기 와서 활동했으니 (아들도) 내용을 다 알 것”이라며 “친척 집 와서도 ‘아버지는 여기 오고 싶어 했는데 지금 형편이 안 된다’고 했다더라. 형편이 안 되는 걸 어떻게 아나. 다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한 것 아니겠냐”고 예상했다.

또 A씨는 “20년 전에는 각박하게 안 했다. 차용증도 안 썼다. 이 사건 이후에 쓴다”며 “친한 사람만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차용증 받고 돈 꿔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잊고 살려고 했지만, 당사자가 나타났다 하면 벌떼처럼 모일 것이다. 차용증 없다고 ‘법적 증거’를 내놓으라. 하면 살인이 날 수도 있다”며 “빌려 가 놓고 그런 적 없다고 하면 말이 되겠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경찰도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충북 제천경찰서 측은 “마이크로닷 부모가 1999년 친척과 이웃 등으로부터 수억 원의 돈을 빌려 잠적한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있으며, 담당자들이 바뀌어 아직 처리되지 못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마이크로닷, 강경대응 ‘부인’에서 ‘책임지겠다’ 입장 번복

사건은 이미 20년이 지난 일이지만 마이크로닷은 최근 예능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스타였기 때문에 논란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가 최근 출연한 예능에서도 부모님과의 관계성이 방송되면서 피해자 측의 구체적 피해 사실에 감정을 이입한 여론의 들끓는 반응이 커졌다.

앞서 마이크로닷 소속사 측은 피해자 측의 커뮤니티 글에 대해 반박 입장을 펼치며 “관련 글은 사실 무근”이라며 “명예 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한 이들의 구체적인 주장이 알려지며 확산됐고, 충북 제천 경찰서에서 피소 사실 확인원 등이 공개되면서 피해자 측 주장의 윤곽이 또렷해지자 마이크로닷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이에 마이크로닷은 지난 21일 사과문을 통해 “부모님과 관련된 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가족이 뉴질랜드에 이민 갈 당시 저는 5살이었다. 어제 뉴스기사들이 나오고 부모님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까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듣겠다. 아들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연좌제’ 책임론도 부상…‘마이크로닷에게 책임 소재를?’

마이크로닷의 사과문에도 피해자들은 속속 나타나고 있는 점, 금전적 피해가 상당한 사건인 점 등으로 그는 여론재판의 심판대 위에 세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사과문에서 언급한 ‘책임’의 성질에 대해서도 네티즌들 사이의 공방이 거세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1997년 기준 20억 원으로 2018년 기준 31억 원에 달한다.

마이크로닷이 ‘자식으로서의 책임’을 언급했다면 피해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데, 단순한 사과만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은 그동안 고통 받은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구제책이 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연좌제 책임론’까지 부상해 사건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연좌제’란 죄인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하고 처벌하는 제도로 죄인의 죄를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함께 물을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다. 현대에 들어와 우리 법질서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서다.

마이크로닷에게 연좌제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에 ‘가혹하다’는 우려의 반응이 나온다.

아직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혐의는 실제였는지 분명치 않은 상황이고, 재수사가 진행 중으로 나중에야 진실이 밝혀질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사실이라 해도 법적으로 마이크로닷이 부모님의 과거 행위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부분도 없다.

헌법 13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인과 특정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연좌제가 적용될 리 만무하다. 즉 형사적으로도 부모의 범죄에서 마이크로닷의 책임 소재는 무관한 일이다.

다만 사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연예인으로써 마이크로닷의 이미지 실추와 대중성 하락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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