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이슈] 유럽연합(EU)과 영국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협상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2년 5개월 간의 줄다리기 협상이 마무리 돼 EU와 영국, 양측의 비준절차만 남았다. EU와 영국 의회가 비준을 마치면 영국은 내년 3월 29일 순조롭게 EU를 탈퇴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의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비준없이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EU·영국 브렉시트 협상 내용은

25일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다룬 브렉시트 합의문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무역·안보협력·환경 등 미래관계에 관한 윤곽을 담은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은 마무리 됐고, EU와 영국 양측의 비준 절차만 남은 상태다.

이날 서명된 합의문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오는 2020년까지 21개월간을 전환기간으로 설정했다. 영국이 내년 3월 29일 기해 EU에서 탈퇴하더라도 전환기간 동안에는 현행 EU의 제도와 규칙을 그대로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또 전환 기간에 무역과 경제협력, 안보 및 국방, 환경 문제 등 미래관계에 대해 협상하면서, 양측이 합의할 경우 전환기간을 1년, 또는 2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EU와 영국 양측이 합의한 브렉시트 협상안에는 영국의 재정기여금 납부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영국이 회원국 시절 약속했던 것으로 390억파운드(약 57조3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수 년 동안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EU와 영국의 양측이 협상하면서 가장 쟁점이 됐던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에 대해서는, 국경 통과 시 통관·통행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에 잔류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비준에 대해선 EU의회는 긍정적, 영국의회는 부정적 전망 우세

EU와 영국이 역사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일단락 짓고, 브렉시트 합의안을 두고 각각 비준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EU와 영국이 각각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 발효 되면,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29일에 순조롭게 탈퇴가 가능하다. 그런데 비준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지가 의문이다.

우선 유럽의회의 이번 합의 비준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유럽의회의 안토니오 타이아니 의장은 “오늘은 좋은 날이 못 된다”고 밝히면서도 “유럽의회는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는 내년 2월이나 3월쯤에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동의안에 표결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영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영국이 비준을 받지 못하면 지금까지 협상안이 무용지물 되는 ‘노딜 브렉시트’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영국의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 지지를 적극 호소하고 나섰다.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안은 최선이자 유일한 합의안”이라면서 영국 의회를 지지를 당부했다. 이어 “이번 합의안은 국경과 재정, 농업 및 어업정책, 사법관할권 등에 관한 영국의 통제권 회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막대한 규모의 EU 분담금을 내는 대신 이를 영국의 우선순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영국은 우리 수역에서의 자주권을 회복해 다시 독립적인 해안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합의안을 부결시키면 더 큰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호소와는 달리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 올해 제정한 ‘EU 탈퇴법’에 따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영국 상하원이 이를 먼저 살펴보고 하원이 반드시 이를 승인하게 돼 있다. 따라서 영국은 내달 10일 쯤 이번 합의안에 대해 하원이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 하원 의원은 650명으로 하원의장과 부의장 등 투표권이 유예된 이들을 제외하면 320표가 과반이 된다. 과반이 넘으면 내년 1월쯤에 ‘EU 탈퇴협정’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며, 여기서도 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이 하원의장 등을 제외하면 315명인데, 이 가운데 이번 합의안에 반대하는 강경론자들이 약 60~8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과반 320표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다. 게다가 스코틀랜드국민당 35명, 자유민주당 12명, 웨일스민족당 4명, 녹색당 1명,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 10명이 이미 반대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브렉시트 협상을 다시 할 수는 없다. 메이 총리가 이미 “이번 브렉시트 협상안은 최선이자 유일한 합의안”이라고 밝혔듯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합의는 가능한 한 최선의 합의이고, 가능한 유일한 합의”라며 재협상 불가를 못 박은 상태다.

과연 영국 의회가 비준 동의를 하면서 원만하게 브렉시트를 할 것인지, 아니면 ‘노딜 브렉시트'로 혼란이 가중될 것인지 영국의 미래는 4개월 후에 분명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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