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막판 비핵화 정상 외교를 위한 순방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달만의 회동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특히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간의 북미고위급회담이 무산될 전망인데다, 이 여파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늦춰질 가능성이 언급되며 우리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문 대통령의 ‘지구 한 바퀴’ 순방에 시선이 쏠린다.
◆ 트럼프 대통령과 6번째 정상회담 갖게 될까…교착된 북미관계 풀 수 있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박 8일간 일정으로 체코와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순방길에 오른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측되는 아르헨티나 순방은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다. 만약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여섯 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한미 양 정상의 만남은 만남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문제가 걸려있는 시점에서 이목이 끌린다. 특히 북미고위급회담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 등 구체적 사안들을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주제들이 테이블 위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당초 북미고위급회담이 뉴욕에서 27일~28일께 개최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북한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또한 25일(현지시각)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우리는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을 볼 때 개최가 불투명해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 북미고위급회담 사실상 무산에 밀리는 한반도 평화체제
대북전문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북미고위급 회담은 무산되는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놨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미고위급회담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북한에서 거부한 것은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서 여러 가지 조치를 했지만, 미국에서는 한미 군사훈련 하나 조치해주고 간절히 바라는 경제제재 완화를 보장하지 않으니까 (김영철이) 안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또 한번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교착된 북미 상황을 풀어 줄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관계, 경제협력을 위해서 앞서는 것이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네 차례처럼 본격적으로 앞장서야 된다”며 “그래서 이번에 아르헨티나에서 비록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짧다고 하지만, 반드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북미정상회담 등 북한의 입장을 좀 잘 설명을 해야만 풀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아르헨티나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우리 국회에서도, 국민들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된다”고 덧붙였다.
◆ 靑 “김정은 답방, 여러 가지 가능성 다 열고 논의중”
실제로 북미고위급회담의 ‘사실상 무산’은 문 대통령와 청와대가 계획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즉 ‘4차 남북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로써도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당장 청와대도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북미고위급회담이 무산 기로에 접어들자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연기를 시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2차 북미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데 더 효과적일지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북미관계가 진척 없는 상황에서 남북도 너무 많이 앞서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내년 2월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등 복잡한 북한 비핵화 방정식이 꼬일 가능성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