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다소 부담을 느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을 28일(현지시간)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오늘(30일) 1.50%의 금리를 0.25% 인상한 1.75%로 결정했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상은 1년 만에 추가인상한 것인데, 경기하강 분위기에도 인상을 단행한 것은 그간의 저금리로 누적된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산 쏠림들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함께 한은도 내년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미 연준 파월 의장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언급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 클럽’의 강연에서 “금리는 역사적 수준에서는 아직 낮고, 여전히 경제에 대한 중립적 수준에 대한 폭넓은 추정치보다 바로 밑에 있다”면서 “금리 인상 중단 시기를 신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바로 밑에 있다는 것인데, 중립금리는 경기 과열이나 냉각없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수준을 말한다.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있다면 더 이상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 연준은 현재의 기준금리인 2.00~2.25%에서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되거나 혹은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미국의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2.25~2.50%로 인상한 후 내년에는 두 차례만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달 초만 해도 “현재 미국 기준 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서 먼 거리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두 달도 안 된 시간에 왜 입장이 바뀌었을까.

우선 지난 달 초 발언 이후 투자 심리가 위축돼 다우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11월 23일에는 2만4283.95까지 떨어져 하락률이 9.38%나 됐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코스피 지수도 연일 급락세를 보였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조절을 발언한 또 하나의 이유로 향후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보통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황 등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되며, 미 연준이 그간 금리를 인상해 왔던 것은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지난 2분기 이후 성장세가 소폭 둔화된 모습인 보인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3.5% 집계됐으며, 이는 2분기에 4년 만에 도달한 최고점 4.2%에서 소폭 하락한 수치이다. 여기에 경제협력기구(OECD)는 올 미국 성장률이 2.9%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2.7%, 2.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미 금리 인상, 달러 강세,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의 둔화 우려가 미 금리 인상 기조를 누그러뜨리게 된 하나의 이유로 설명했다.

한은 오늘 오전 기준금리 0.25% 인상

미 연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사한 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오늘(3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0.25% 인상한 뒤 1년만의 추가 인상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통상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10월 생산·소비·투자가 9개월 만에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떨어져, 이는 한국 경제가 경기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주요기관들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와 2.8%에서 각각 2.7%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2.8%, 내년 2.6%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가계부채’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계 빚 증가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기는 하다. 한은에 따르면 3·4분기 가계 빚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로 95조원 늘었는데, 이는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며 7분기 연속 떨어진 수치이다. 하지만 여전히 명목 경제성장률 3.3%보다 2배나 높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저금리로 부동산 경기 띄우기에 나서면서 가계 빚이 누적된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1·4분기~2017년 1·4분기 3년 동안 가계빚은 33%, 금액으로는 337조원이나 불어났다. 이때에 비하면 가계빚 증가율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소득에 비해 가계빚이 많다.

결국 한은은 가계빚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경기 하강 속에서도 고육지책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셈인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 경제에 활력을 줄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