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신미약 감형제도는 지난 2009년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흉악범에 관대한 양형을 도출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 저촉된 판결로 흉악범죄 엄단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는 사법 불신을 가져온 사건이기도 하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조두순 사건으로 비롯된 사법불신의 계기가 된 ‘심신미약’ 감형제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심신미약 감형 제도’는 심신미약의 경우 범죄 경중에 관계없이 형량을 줄이는 현행법으로,

사법정의와 결부된 국민 법 감정에 저촉된 문제와 합법적 형법제도라는 두 가지 양면성으로 사법부 판결의 딜레마를 심화시켜 왔다.

특히 2009년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 감형제도는 흉악범에 관대한 양형을 도출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 저촉된 판결로 흉악범죄 엄단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는 사법 불신의 뜨거운 핵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긴 세월 동안 조두순 사건 엄단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심신미약 감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의 염원이 계속된 그 결과, 심신미약 감형제도 개정안이라는 성과를 이끌 수 있게 된 바다.

사법정의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이번 개정안을 이끌었다는 평가 속에 다른 흉악화 범죄에도 엄정한 판단을 내릴 기틀로 마련될 수 있을지, 개정안으로부터 동력을 얻을 앞으로의 사법정의에 모든 국민의 눈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다.

◆ 심신미약 감형제도가 남긴 ‘조두순 트라우마’

지난 2009년 조두순 사건 이후 국민들에게는 일종의 ‘조두순 트라우마’가 뇌 속 깊이 똬리를 틀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짓’을 한 조두순 사건의 흉악범죄를 엄단하지 못한 계기가 된 심신미약 감형 제도는 트라우마를 촉발시킨 기제로 작용했다.

조두순 사건 판결 양형 문제는 10여 년 전인 200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두순은 피해 아동에게 영구장애를 남기는 등 흉악화의 정점을 남기는 범죄로 국민들에게 분노를 안겼다.

조두순은 이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고, 법 감정에 저촉되지 않는 양형이라는 비판의 중심에는 ‘심신미약 감형제도’가 있었다.

사건 당시 조두순에 대해 검사는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조두순의 나이가 많은 점,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징역 12년형을 선고한다.

바로 사법불신 계기가 된 ‘심신미약 감형’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셈이다.

심신미약 감형은 나아가 주취감형으로, 술이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때 그 당시 상태가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형벌을 감형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조두순은 최초 재판 당시 무죄를 주장하다가 만취로 인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했다.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후 조두순은 형이 가중하다며 항소했다. 당시 13세 미만 아동 강간상해범의 가중기준은 7~11년이었다. 조두순 사건처럼 범죄 경중이 중한 상해가 발생했을 경우 최고 가중요소가 적용돼 무기징역도 가능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시 1심 재판부는 심신미약자에 대한 감경 규정을 담은 형법 10조 2항에 근거, 최초 재판 당시 무기징역형을 선택했음에도 징역 12년형으로 형량을 낮췄다. 이는 해당 조항이 ‘반드시’ 형량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은 1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고 조 씨가 범행 당시 술을 마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미약 상태를 감안했다는 대법원 판결과 1심 재판부와 첫 판결 후 항소하지 않은 검찰에 대해 국민들의 울분과 분노는 거세졌다.

조두순 사건에서 드러난 흉악범죄에 국민 법 감정은 사법정의 실현을 염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심신미약 감형제도가 흉악범을 엄단을 방해할 핵으로 작용하면서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선사하게 됐다.

◆ 심신미약 감형제도, 선례도 다수였다

조두순 사건 이후로도 심신미약 감형제도는 연이은 흉악범죄 감형 선례를 만들었다.

과거 심신미약 감형이 인정된 흉악화 성격을 띤 살인사건 대부분은 국민 법 감정과 저촉된다는 이유로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바로 사법부가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불신이 팽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심신미약’ 감형은 형법 제 10조에 명시돼 있다. 형법 제 10조 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 2항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도 심신미약 인정 기준 중 하나인 정신질환, 즉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형량이 줄어들었다. 조현병은 사고의 장애, 망상·환각, 현실과의 괴리감, 기이한 행동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2016년 5월 강남역 근처 건물 화장실에서 피의자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고 조현병 등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 받는다.

조두순 사건과 같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것이 공통된 점이지만 재판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사건 역시 1심 형량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기에 이른다.

◆ 흉악범죄 음주감형 막을 ‘조두순法’ 국회 본회의 통과..‘조두순 트라우마’ 해소 가능할까

심신미약 감형제도가 결국 사법신뢰를 불신하게 만든 트리거로 변모됐기에 조두순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횡행되길 원치 않는 국민들의 염원이 전해진 결과, 국회에서 심신미약 감형을 막을 일명 ‘조두순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 의결만을 남기고 있다.

바로 지난해 12월 조두순법으로 불렸던 음주·정신질환 등 심신미약 상태에 대한 무조건 감형제도를 폐지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의(경기 의왕, 과천) 형법 개정안이다.

신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형법 제 10조 제 3항을 개정하는 것이었지만, 이후 국회 법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제 2항을 개정하는 위원회 대안으로 수정됐다.

이로써 앞으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살인, 폭행, 강간 등 흉악범죄를 저지를 경우 무조건적인 감형이 이뤄지지 않고, 음주 전후 정황 등 법관의 판단에 따라 감형 여부를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된 데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해까지 두 차례 서명 20만 명을 넘긴 조두순 감형 반대청원 사건과 강남역 살인 사건, 서울 강서구 pc방살인사건 등 심신미약·음주감형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에 의식한 듯 동 법안 재석의원 250명 중 248명 찬성으로 가결됐고,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한 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최근 법원의 심신미약 관련 판단도 엄격해지는 추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과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모두 정신 질환 판단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한 공통점이 있음에도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 심신미약 감형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흉악범죄를 엄단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심신미약 감형제도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국민들이 염원한 사법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