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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조선시대에는 ‘암행여사(暗行御史·Royal Secret Agent·왕실 비밀요원)’라는 왕의 ‘특명사신’이라는 관직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등에 따르면, 암행어사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중종 때부터의 일이지만 이미 실질적으로 많은 파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제도는 고종 때까지 유지되었다.

민심 시찰로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여러 지방을 순행하면서 못된 고을 수령이나 탐관오리들을 잡아내는 것이 임무다.

암행어사는 모두 비밀에 부쳐져서 은밀하게 시찰하기 때문에 며느리도 모른다. 당연히 아무나 뽑히는 게 아니고, 대개 당하관에 젊은 시종신(侍從臣)들 중 대체로 왕이 평소에 눈 여겨 보고 있던 충직한 신하들이 암행어사로 발탁된다고 한다.

특히나 지방제도를 정비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 제도는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되었는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왕권이 약화되고 중앙에서 지방의 사정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지자 더욱 빈번하게 파견되었다.

이처럼 정직, 청렴함이 우선시되는 암행어사라는 관직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박문수(朴文秀·1691∼1756)이다.

어사 박문수는 지혜가 명석하고 기지가 뛰어나 영조의 신임을 받게 되어 영조 3년 안집어사(安集御使)에 차출되어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억울한 백성들의 고통을 살피고 지방 관리들의 수탈과 횡포를 뿌리 뽑아 명성을 떨쳤다.

박문수는 이처럼 암행어사 직책을 맡았을 때 곳곳을 떠돌며 억울하게 짓밟히는 민권을 옹호하고 구제하기에 힘썼으며 숱한 업적을 남겼다.

양역(良役)의 폐단을 개혁했을 뿐만 아니라 탁지정례(託支定例)제도를 만들어 국가의 재정을 튼튼히 했고 오로지 고통 받는 백성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초지일관 하였다.

박문수가 활약했던 암행어사는 현재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직원에 해당한다. 이들은 청와대 비서동이 아닌 경복궁 인근 정부청사 별관 3층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원과 활동사항 등도 베일에 쌓여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천명했던 ‘부정부패 없는 깨끗하고 청렴한 정부’ 국정철학을 청와대 비서진과 특검반원 등이 농단하고 있다.

대통령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에 이어 특반원 일부가 주중 근무시간대에 부적절한 골프회동과 향응접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에 사적으로 수사내용을 캐물어 적발된 데 이어 자신의 감찰 담당 정부 부처에 채용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권력기관에 이어 생활적폐청산을 선포한 청와대가 정작 내부 직원의 비위에 어두웠던 셈이다.

에둘러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특감반원 전원을 소속청 복귀를 통한 교체를 했고 대검찰청은 감찰에 나섰지만 그들의 늑장대처와 해명 등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특히 특반원에 대한 지휘 감독 최고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과 경찰은 신속하게 수사해 달라”는 원론적인 말 한마디만 했을 뿐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언론 보도가 없었으면 조용히 마무리하고 가려 했던 것 아니냐”며 조 수석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경제난으로 국민은 허리가 휘어가는데 청와대 특감반 직원들만 근무시간에 달나라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며 신선놀음을 했다”며 “조국 민정수석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민정수석에게 현명한 처신이 요구되는 때이다.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 줘야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무너진 공직 기강을 세우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명명백백 공개하고 지휘 감독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옳다.

역대 청와대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고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조선시대 영웅 암행어사 박문수의 정직함과 청렴함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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