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벌여왔던 무역전쟁을 3개월간 휴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한 강경자세를 중국을 협박하고 있다. 이는 90일 간 벌일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원하는 협상 내용을 얻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일 수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3개월 만에 양국의 쟁점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휴전 합의 이후 3일 만에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美, 무역 휴전 기간 추가 관세 부과 유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벌인 무역전쟁을 3개월 동안 휴전하고 추가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이날 두 정상은 향후 90일간 추가협상한다는 내용 외에도 미국의 추가 관세 유보, 중국의 미국 상품 수입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비관세 장벽·사이버 침입과 절도 문제 등 미·중 무역 구조 변화를 위한 협상 진행 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 상품 2000억 달러(약 24조원)어치에 대해 현재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던 관세를 유보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 농업·에너지·공업 분야의 상품을 상당 규모 구매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행정부가 근절을 선언한 중독성 약물과 관련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합성 진통·마취제인 펜타닐을 단속하기로 합의했다.

미중이 그동안 첨예하기 벌이던 무역 전쟁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한 이유는 경제성장의 둔화 조짐과 금융시장 불안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만해도 4.2% 성장했고, 뉴욕증시와 나스닥 지수를 최고점을 찍었으며, 고용시장에서 완전고용 수준이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장기화 되자 미국 경제 성장의 둔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증시의 경우 올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으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하면서 금융 시장은 물론 고용 시장까지 불안이 커졌다.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제조업 활동 성장이 2년여 만에 멈춰 서는 등 위기감이 커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0으로 2016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던 것이다. 따라서 무역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두 나라 모두 피해가 불가피 하며, 특히 중국은 내년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있었다.

◆ 3개월 동안 무역쟁점 근본적 해결 어렵다는 전망 지배적

트럼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일 합의한 내용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성사된다면 일찍이 체결된 가장 큰 합의의 하나로 남을 것”이라며 이번 합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중국이 농산물과 에너지에 대한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에 큰 만족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러한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 재개라는 카드로 90일간의 협상 시간을 번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90일간의 협상 시간을 번 것일 뿐 이 기간에 서로가 원하는 협상을 하지 못할 경우 무역전쟁은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90일 만에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문제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 재무부에서 중국 전문이었던 TCW그룹 에널리스트 데이비드 로빙거는 “두 정상이 내년 1월에 25% 관세 부과로 서로에게 피해주는 것을 일단 피했지만 90일 안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같은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무역에 대한 뿌리깊은 이견을 해결하기 어려운 협상의 무대를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양국 정상이 시장접근, 무역정책 등 기존적인 문제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크고, 어느 쪽도 양호한 신호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막판 노력이 막힐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의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당초 계획을 진행시킬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이라도 하듯 미중 무역전쟁 '휴전' 소식에 큰 폭으로 올랐던 뉴욕 증시는 90일간의 시한부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돼 4일 뉴욕증시가 일제히 3% 넘는 큰 하락폭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3.1%, S&P500지수는 3.2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8% 하락했으며, 다우지수의 경우 지난 10월 10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로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빚어져 뉴욕증시가 급락의 원인을 제공했다.

무역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때문이다. 이날 “아마도 미중 무역협상이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만약 불발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특유의 강경자세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양국이 쟁점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만약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무역전쟁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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