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 사고는 사망자까지 발생한 초유의 사태로, 다른 도시에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파장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달 KT아현지사 화재로 ‘통신재난’ 상황이 연출된 데 이어 또 다시 지하시설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 국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 사고는 사망자까지 발생한 초유의 사태로, 다른 도시에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파장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KT아현지사 화재와 백석동 열수송관 파열 사고는 모두 시민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시설이 지하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에너지시설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기업과 관련당국을 향한 비난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시민의 안전이 맞물린 에너지시설은 안전관리를 격상시키고 보수와 정비에 근원적인 대책을 수립해 민간 피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오고 있다.

◆ 사망자 1명, 소방관 포함 33명 중경상..또 다시 발생한 안전불감증 사고

에너지시설에 대한 안전불감증과 관리 소홀로 연이어 나타나는 사건사고가 국민의 안전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5일 고양시와 지역난방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백석역 인근도로에서 지역 난방공사 지하 열수송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파열된 열수송관에서 100゚C 내외의 고온의 물과 증기가 거리 위로 솟구쳐 순식간에 도로 위를 지나던 시민들을 덮치고 일부 화재가 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열수송관 부근 위를 지나던 송모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인근 도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온수관 근처 도로에 있던 시민은 물론 구조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까지 포함해 총 3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특히 파열된 열수송관은 인근 아파트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2861가구에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은 영하의 날씨에 추위에 떨며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는 파손된 배관을 폐쇄하고 긴급복구 공사로 임시 배관을 설치해 5일 오전부터 난방과 온수공급을 재개했지만 이번 사태도 역시 KT화재와 같은 유사성인 재난상황을 방불케 했다는 점, 주민불편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 사고 야기한 유력한 원인, ‘열수송관 노후화’ 지목

사고 직후 현장 브리핑과 1차 현장 감식 결과 등을 종합하면 ‘1990년대 설치된 열수송관 노후화’가 이번 사고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관계자들은 1990년대 매설돼 노후한 열수송관이 고온의 압력을 버티지 못 하고 파열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학수사대, 한국지역난방공사, 경찰 등이 합동감식을 벌었음에도 평상시 열수송관 이상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큰 문제로는 1998년도 이전 시공된 노후한 관이 4개 신도시에 집중돼 있고 관 길이만 686㎞에 달해 다른 도시에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위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당국인 산업부는 지역난방공사 각 지소의 정밀점검과 주민불편 최소화를 약속했지만 이번 점검은 1주일 긴급 진단 대상으로 진행돼 시민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관리 중인 열수송관 중 32%가 20년 이상 노후화된 것으로 드러나 이번 사고 유발 책임이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있다는 점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5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열수송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열수송관 중 2164㎞(2열) 중 32%인 686㎞가 20년 이상 노후된 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수송관 교체와 유지보수를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832억 원을 집행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총 8건의 열수송관 사고가 이어졌고 이 가운데 7건은 20년 이상 매설된 열수송관 부식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실시된 열수송관 기대수명 연구결과를 근거로 열수송관 기대수명이 공급관은 40년, 회수관은 50년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20~30년이 지난 열수송관에서 지속적으로 파열 등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 1월 진행된 한국지역난방공사 내부감사에서는 부실한 열수송관 하자관리 등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 대목을 감안한다면 지역난방공사가 고양시 열수송관 노후화 및 부실 안전관리 문제 등을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난방공사는 “참사 수준이 된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하 구축 에너지시설, 대대적 점검·보수와 안전 대책 절실한 시점

지하 구축 에너지시설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대적인 점검·보수와 안전대책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거듭되는 이유로 KT통신구 등을 포함해 전기, 냉난방 배관 등이 설치된 이른바 ‘지하구’의 평소 소방 관리 상태가 불량하다는 조사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지하구 282곳에 대한 소방특별조사 결과, 16%인 45곳이 불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불량 판정을 받은 지하구는 지난 2015년의 3배, 2016년 대비 3.5배에 달했다.

이는 사실상 국민 안전이 사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태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 된다.

전문가들은 지하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안전 시스템을 구축의 필요성을 제언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역난방공사와 지자체 등이 근본적인 안전 관리 문제들을 사전에 점검하지 못한 문제가 누적돼 발생한 것으로, 지자체와 공사 간 협력을 강화해 안전관리 문제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사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안전불감증 문제를 안고 있어 국민 불신을 불식할 안전점검대책 등 대책 마련이 절실히 강구되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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