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국제정세] 유럽경제가 각국에서 불거진 정치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는 일명 ‘노란조끼 시위대’가 요구하는 유류세 유예와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내년도 재정에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EU(유럽연합)와의 갈등 요소가 되고 있고, 이탈리아도 EU와 예산안 갈등을 빚고 있다. 또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의회 표결이 연기되면서 혼란의 정국으로 접어들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파운드화가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러한 유럽 각국의 정치 갈등으로 유럽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프랑스를 흔든 노란조끼 시위대

프랑스의 일명 ‘노란조끼 시위’는 지난 달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9월 17일 엘리자베스 보른 교통장관이 BFM TV 인터뷰에서 “경유에 0.07 유로, 휘발유에 0.04유로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흘 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유류세 인상에 대해 “소득세를 줄이고 대기오염세를 늘리는 정책이다. 정치적 선택이자 좋은 선택”이라며 이 정책을 확정했다.

그러자 즉각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10월 23일 사회당 소속 발레리 라보 의원은 “차를 몰아야만 하는 시골에 살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프랑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과 같다”고 했고, ‘4000만 운전자협회’ 대표는 “세금지옥”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프랑스 가정당 연간 유류 소비액은 1700유로(약215만원)인데, 인상 후에는 2022년까지 한 가정에 연간 균 240유로(약 3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유류세 인상 비판론이 거세지자 지난 달 14일, 총리는 유류세 인상으로 타격 받을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보조 정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조끼 시위대는 그 주 첫 토요일인 11월 17일 거리로 나와 부유세 부활과 서민복지 추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후 한 달간 시위가 계속 됐고, 첫 시위 이후 4번째 주말인 12월 8일에는 파리 8,000명, 전국적으로는 총 12만5,000명가량이 참여하는 등 대규모 시위로 확산됐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의 분노와 분개를 이해하고 있으며 취임 후 재빨리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일주일 전 발표한 ‘유류세 인상6개월 유예’ 외에도 최저임금 월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 추가 근로 수당 비과세, 월 연금액 2000유로(약258만원) 미만인 연금생활자에 대한 세금 부과를 없애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문제는 마크롱 대통령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은 대책안으로 프랑스 재정 적자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연간 100억유로(약12조77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러한 프랑스 재정 적자 규모는 EU가 규정하고 있는 ‘GDP의 3%’라는 한도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노란 조끼 시위대가 시위하기 전 내년도 프랑스 재정 적자 규모는 GDP의 2.8% 수준이었지만, 100억 유로가 추가 지출될 예정이어서 내년에는 GDP의 3.4%로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EU로부터 벌금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 이탈리아‧EU는 재정 적자 규모로 마찰

이탈리아도 재정적자를 대폭 확대하여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EU와 대립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GDP의 2.4%의 재정 적자를 설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EU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이미 EU 권고치를 훨씬 상회한 GDP의 131%에 이르는 국가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0.8%로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GDP의 2.4%로 설정하면서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EU는 사상 최초로 이탈리아의 예산안 승인을 거부하고 징계조치를 예고하며 이탈리아측에 2% 안팎으로 재정적자를 낮출 것을 요구해 왔다. 만일 이탈리아가 EU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GDP 대비 0.5% 수준의 벌금과 함께 정부계획 감시, 유럽투자은행의 차관한도 조정 등이 징계가 예상되고 있었다.

결국 이탈리아는 EU차원의 징계조치를 피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 내 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의 2.4%에서 2.04%로 낮추기로 약속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이같은 방침을 전한 것이다.

◆ 영국, 브렉시트 혼란으로 파운드화 환율 하락

영국에서는 11일 파운드화 환율이 0.5% 이상 하락한 파운드 당 1.2490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7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올해 들어서만 7.6%나 하락한 수준이다.

이번 영국의 파운드화 하락 원인은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한 의회 승인 표결이 연기되면서 외환시장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메이 정부는 합의안이 큰 표차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년 1월 21일로 연기했다. 그리고는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앙겔라 메트켈 독일 통리 등과 회동하면서 브렉시트 재협상을 논의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 재협상은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가 노 딜 브렉시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모두가 우려하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만일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 영국 내 일자리 75만개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서식스 대학이 보고 했다.

이렇게 영국의 살얼음판 현실, 프랑스의 커지는 재정적자 규모, 이탈리아의 줄지 않는 재정 적자 규모 등으로 유럽 경제는 불안한 상태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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